"교원정년 연장 여론 안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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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교원 정년을 1년 더 늘린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사실상 거둬들였다.

이날 긴급 총재단 회의를 마치고 나오던 강재섭(姜在涉)부총재는 '만약 여당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럼 못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병렬(崔秉烈)부총재도 "강행처리는 안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방향 선회는 "거대 야당이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교원정년 연장과 관련해 "지역구 내 교육 종사자를 상대로 알아봤더니, 부정적 인식이 훨씬 많더라"고 말했다.

오전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권오을(權五乙)기획위원장은 "교원정년 연장안에 대한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처음부터 다시 생각하자"는 주장을 폈다.

오후에 총재단 회의에선 이부영(李富榮)부총재가 "학부모가 반대한다"고,최병렬.강재섭 부총재는 "수의 힘으로 가선 안된다"고, 하순봉 부총재는 "전략적 사고를 하라"고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핀란드를 방문 중인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당내 분위기를 전하고 표결강행 철회 결심을 받아냈다고 한다.

당내 비주류 의원들이 정년연장안에 대해 교차투표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당 관계자는 "자칫하면 李총재의 리더십이 손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찬반이 팽팽한 사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李총재를 비판하고 나설 기회를 엿보는 비주류측에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듯하다.

한나라당이 李총재의 해외순방 기간 중 이같은 방침을 정한 것은 '번복'의 책임을 李총재 대신 당직자들이 떠안는 모양을 취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 상황에서 李총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특정 집단의 반발이 불가피해졌고, 이는 내년 대선에서 감표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한나라당은 판단한 듯하다.

이로써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야심적으로 추진한 교원정년 연장안은 백지화됐다.한나라당으로선 적지않은 체면의 손상을 입었지만,'거야(巨野)의 책임'을 인식하게 됐다는 점에서 소중한 경험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상연.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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