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 복제 왜 계속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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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법적.윤리적으로 강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간 배아의 복제가 계속 시도되고 있는 이유는 실익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체의 특정 장기를 만들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증되는 장기가 부족해 해마다 수만여명이 생명을 잃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자는 것이다.

산업경제적 고려도 강하다.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배아 관련 시장 규모가 2005년 3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 배아를 생명체로 볼 수 없다는 실용주의적 관점의 대두다. 일부 과학자들은 수정 후 14일까지의 배아는 구체적 장기를 형성하지 않은 세포 덩어리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ACT사의 인간 배아 복제는 개체 복제가 아닌 배아 복제이므로 윤리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옹호론자도 있다.

셋째, 극단적인 개체 복제 옹호론자들의 등장이다. 종교단체가 세운 클로나이드사와 이탈리아의 안티노리 박사 등 일부 연구진은 비밀장소에서라도 개체 복제를 강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들은 어릴 때 숨진 자녀들을 되찾으려는 부모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유로 든다. 실제 미국의 헌트 변호사는 1999년 아들이 심장수술 후 숨지자 아들을 복제하기 위한 연구자금을 지원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ACT사의 복제 기술을 이용한다면 이론적으론 죽은 사람의 살점만 있어도 똑같은 인간의 복제가 가능하다. 물론 죽은 사람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체 복제의 성공까지는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과제가 많으며 사회적 반대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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