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협설명회서 실패담 쏟아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북한이 대북 경협에서 납기일에 맞춰 물건을 보내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난 21일 KOTRA 주최로 열린 '남북경협 설명회'에서 남북 위탁가공교역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A씨는 자신의 실패담을 이렇게 털어놨다. 1990년대 중반 재미동포의 소개로 북한과 접촉한 A씨는 일본 회사의 주문을 받아 북한에 섬유류 위탁가공을 맡겼다.

하지만 납기일이 지났는데도 북한으로부터 물건을 받지 못해 여러 차례 클레임을 받는 등 골치를 앓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 공장에 직접 가보고 싶었지만 북측이 초청장을 발급해 주지 않아 결국 속만 태우다 회사가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고 한다.

A씨는 "북한은 남한의 60~70년대와 마찬가지로 일단 주문을 받는데 적극적이다. 따라서 북한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면 안된다. 물류.운항 여건 등 현지 사정을 충분히 파악한 뒤 원자재를 보내야 손해를 덜 본다"고 충고했다.

이와 함께 물건을 제 날짜에 받기 위해선 원자재를 한꺼번에 보내지 말라고 주문했다. A씨는 "남포항의 하역 설비가 낙후돼 컨테이너 20개를 옮기는데 보통 15일 정도 걸려 납기일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A씨는 남측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남한 기업인들이 북한 사정을 모르고 기대 이상의 효과를 바라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남북 관계가 좋을 때 경협에 뛰어드는 것보다 지금처럼 소강상태 때 관심을 보이면 오히려 더 좋은 조건으로 사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수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