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사업자 '북한산 터널공사' 놓고 힘겨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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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인천시 굴포천 임시 방수로와 북한산 터널공사를 둘러싸고 사업자측과 환경.시민단체간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굴포천 임시 방수로 공사는 경인운하 건설을 위한 사전공사라는 시비에 휘말려 있고 북한산 국립공원 내 사패산을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공사는 국립공원에 터널을 뚫을 수 없다는 반대에 부닥쳤다.

환경.시민단체들은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차가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 현장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 경인운하 논란=지난 12일 새벽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 20여명은 인천시 계양구 굴포천 임시 방수로 공사현장에 진입했다.이들은 높이 5.4m의 철골 구조물을 세운 뒤 올라가 초겨울 추위 속에서 보름째 농성 중이다.

그러나 농성장 옆에서는 여전히 굴착기.착암기가 땅을 파헤치고 수십대의 덤프트럭이 흙을 부지런히 나르고 있다. 공사는 지난 8월 시작돼 현재 인천시 서구~계양구 14.2㎞ 구간 가운데 약 10㎞에 걸쳐 방수로뿐 아니라 폭 20m짜리 도로도 건설 중이다.

1992년 확정된 굴포천 임시 방수로 공사 계획엔 홍수예방을 위해 길이 14.2㎞.폭 20m짜리 수로만 건설토록 돼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달 사업자인 경인운하㈜에 도로 공사를 중단하도록 요구했다

농성 중인 환경정의시민연대 박용신(朴勇信.34)정책부장은 "경인운하 환경영향평가 작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경인운하에서 굴포천 방수로 사업을 한다고 당초 계획에도 없는 20m 도로를 만들었다"며 "경제성도 없고 환경을 파괴하는 경인운하 건설을 사실상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인운하㈜측은 "방수로 공사가 시급해 필요한 도로를 건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건교부 관계자는 지난 23일 시민단체 회원들과 면담해 "도로 건설은 경미한 설계변경에 불과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릴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 북한산 터널 반대=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퇴계원 공사구간 가운데 북한산 국립공원 내 사패산을 관통하는 길이 4.6㎞, 왕복 8차선 터널 공사가 시작된 지난 17일 시민단체들은 의정부시 망월사 입구에 모여 벌목작업을 몸으로 막고 나섰다.'북한산국립공원.수락산.불암산 관통도로 저지를 위한 시민연대' 소속인 이들은 19일부터 망월사쪽과 터널 반대편인 송추 원각사 공사 현장에서도 시위를 벌였다.

불교계와 환경단체들은 "관통도로와 터널 건설로 국립공원이 훼손되고 사찰 환경에도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우회도로 등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며 20일부터는 송추쪽 공사현장에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측은 "국립공원 내 도로 부분은 드러나지 않도록 복개하고 그 위에 산림을 복원하는 조건으로 이미 환경부와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끝났다"며 "우회도로를 건설할 경우 더 많은 산림이 파괴되고 외곽순환고속도로의 기능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 환경영향평가 불신=개발사업 주체와 환경단체간의 잦은 마찰 때문에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인운하의 경우 사업자가, 북한산 터널의 경우 환경단체가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단체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공사 중지도 요구하지만 개발주체나 환경단체 양쪽에서 외면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환경단체는 개발사업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협의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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