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아파트 10~32% 바겐세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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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GS건설은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에 지은 유성자이 아파트의 분양가를 20~32% 깎아 최근 재분양에 나섰다. 그동안 중도금 무이자 대출, 이자 후불제, 발코니 무료 확장 등 별별 수단을 다 써봤지만 판매에 별 효과를 보지 못하자 내놓은 파격적인 대책이다. 분양 담당자는 “할인 금액이 최고 1억9000만원이나 된다”며 “준공 후 미분양은 빨리 해소하는 게 유동성 확보나 회사 이미지에 좋다고 판단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감면 조치가 지난 14일 시작되자 분양가를 내리는 아파트 단지가 늘고 있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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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인하폭에 따라 양도세를 감면해주기 때문에 파격적인 인하폭을 제시하는 업체도 나타났다. 정부는 분양가 인하폭이 20%를 초과하면 100%, 11~20% 인하는 80%, 10% 이하 깎아주면 60%의 양도세를 감면해준다.

마케팅업체인 내외주건 정연식 상무는 “집값이 올라야 양도세 감면혜택을 누릴 수 있겠지만, 분양가 인하만으로도 이익이 생기는 만큼 실수요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4일부터 지방 미분양 양도세 감면 조치가 시행되자 건설업체들이 할인 조건을 잇따라 내놓고있다. 대전 유성자이 아파트 단지 앞에 할인 금액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GS건설 제공]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업체가 GS건설이다. 이 회사는 대전 외에도 광주광역시 북구 신용동에 짓는 첨단자이 아파트도 최고 23% 깎아주는 등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할인 방안을 속속 내놓기 시작했다. 지역적으로는 준공 후 미분양이 많은 대구와 원주에서 할인 아파트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의 우방유쉘과 달서구 상인동의 KCC스위첸 아파트는 10~20%의 할인폭을 내걸고 판촉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업체는 층별로 할인율을 달리 적용한다. 예컨대 40% 정도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광주 첨단자이는 1~2층은 23%를, 3~4층은 22%, 4~10층과 최상층은 17%를 깎아주는 식이다.

일부에서는 분양가 직접 할인이 크게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 때문에 파격적인 할인은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지역 분양대행업체인 ㈜장백의 박영곤 대표는 “할인혜택을 받은 계약자의 입주를 기존 입주자가 막으면서 분쟁이 일어나는 곳이 많다”며 “따라서 분양가를 미리 내면 금융비 명목으로 분양가를 깎아주는 ‘선납할인’ 등의 간접 할인 방법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라건설은 강원도 원주시 우산동에 지은 한라비발디1단지에 대해 선납하면 20~30%의 할인효과가 있다고 내세웠으며, 반곡동에선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아파트도 비슷한 방식으로 분양하고 있다. 한라건설 주택사업부 임완근 부장은 “간접 할인 외에 분양가를 직접 깎아주는 방안까지 내놓으면 미분양 아파트 판촉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지방은 아직까지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므로 나중에 시세차익을 얻기가 어려운 아파트가 많다”며 “그러나 도심이면서도 주변에 개발 계획이 있는 아파트라면 실수요자들이 노릴 만하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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