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순환로 연내 착공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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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다음달 착공하려던 서울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 계획이 주민들의 민원과 환경파괴 우려 등으로 보류돼 이 도로의 연내 착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1차 공사 구간인 금천구 독산동~강남구 포이동 구간 16.4㎞에 대해 "민원 및 환경영향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해 도로시설 결정을 보류한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노선 수정이나 건설 반대를 요구해온 영등포구.강남구.서울대 등의 주장이 일부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 도로건설 추진=강서구 염천동~강남구 수서동 구간 34.8㎞에 건설되며 제2성산대교와 이어진다. 2007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6월 노선이 확정됐으며 공사비는 2조3천여억원.서울시는 이 도로가 건설되면 올림픽대로.남부순환로의 교통 체증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민원 홍수=서울시가 공식 접수한 민원만 18건(민원인 1천7백여명)에 이른다. 학교 앞에 IC를 설치하는 데 대해 서울대와 관악구 주민들은 학습환경 및 주거권 침해 등을 이유로 IC 설치 철회와 도로의 지하화를 요구하고 있다. 강남구에선 양재대로가 아닌 헌릉로 쪽으로 도로를 연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구로.영등포구 주민들은 당초 안양천 서쪽으로 계획됐던 도로가 안양천 동쪽으로 변경됐다며 노선 확정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전망=다음달 도시계획위원회 재심의 결과에 따라 연내 착공 여부가 최종 판가름난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번 보류 결정과 상관없이 행정 절차를 밟아가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이미 금천구 독산동~시흥동 2.48㎞에 대해 조달청에 공사계약 의뢰를 해놓은 상태다.

서울시 김영걸 도로계획과장은 "이번 결정은 좀더 시간을 갖고 민원을 심도있게 논의하라는 취지이지 당초 계획의 변경이나 보류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시계획결정이 나지 않으면 시공사가 선정되더라도 보상절차에 들어갈 수 없어 공사 일정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선별적으로 민원을 들어줄 경우 형평성 논란이 일어 일부 지역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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