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이라크 공격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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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의 다음 표적은 어디인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미국의 다음 행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로 전쟁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힘을 얻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랍권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문명충돌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확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 이라크 확전설의 배경=최근 미 행정부의 일부 관리들이 잇따라 경고성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라크 공격설이 증폭되고 있다.

대표적인 '매파'로 통하는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이라크가 9.11 테러에 연루돼 있다는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도 이라크를 공격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라크는 명백한 테러 지원국이라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18일 "이라크가 주변국과 미국의 이익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은 굳이 테러 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라크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라크 확전론의 배경에는 모든 테러세력과 그 지원국을 응징한다는 이른바 '부시 독트린'이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승전보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며 테러 집단을 뿌리뽑으려면 이라크 등을 겨냥한 2단계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전략국제연구센터 부소장을 지낸 윌리엄 테일러는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 가진 회견에서 "미국이 2주 내 이라크 공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말로 공격하나="마음은 굴뚝 같지만 실천에 옮기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21일 이라크 등 테러 지원국으로 전선을 확대할 수는 있지만 유럽.중동.러시아 등의 지지를 쉽게 이끌어 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랍권의 반발도 큰 짐이다.

9.11 테러 연루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중동에서 거센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전술적으로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라크 공격설은 이라크.이란.소말리아.수단 등 테러지원국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는 관측도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미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반전 여론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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