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성공한 부산 국제영화제에 '옥의 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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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학시절의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과 함께 제6회 부산 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그러나 부산 톨게이트에 접어들자마자 차를 가지고 온 것을 후회했다.

국제영화제를 안내하는 표지판이나 이정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우리는 차안에서 불안하게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처음 가는 곳인데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승용차로 간 게 실수였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도시에서 관광객들을 위해 최소한의 안내조차 하지 않는 데 대해 화가 났다.

특히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과 남포동,해운대의 벡스코로 나뉘어 있는 행사장을 찾는 데 무척 애를 먹었다. 그리고 부산 시민들의 호응도 매우 낮아 의아했다. 국제 영화제 행사장이 어디냐고 물었는데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국제영화제가 내용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었는지 모르겠다. 외국의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내한해 우리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다. 영화제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름대로 애썼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영화제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 영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매우 안타까웠다. 이들은 '재정이 부족했다, 교통편이 좋지 않았다, 쓰레기가 너무 많았다, 내국인들의 잔치였다'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나도 멀리서 찾아온 방문객들을 위해 최소한의 준비조차 하지 않은 행사에 박수를 보내기가 머뭇거려진다.

다음 영화제는 한층 성숙될 것을 기대해 본다.

강미진.전주대 가정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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