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대권 분리 한나라도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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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내에 '당권.대권 분리'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분리론에 부정적 견해를 밝히자 비주류인 김덕룡(金德龍)의원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李총재는 21일 당권.대권 분리론과 관련,"이 문제는 대통령의 권한집중 때문에 나오는 얘기인데, 대통령제 권력구조 안에서 합리적 권력분담에 착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총리와의 권한분담은 현행 헌법제도 아래서도 굉장히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잘 모르고 운영을 안하지만 상당부분 개선한다면 정당총재를 겸하기 때문에 생기는 대통령의 국회에서의 권력 비대현상은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분리론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날 러시아 출국에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당에서 논의 중이고, 내 견해를 말하면 여러 논의를 일으킨다"며 분명한 입장 표명은 피했다.

李총재의 이같은 발언에 최병렬(崔秉烈)부총재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崔부총재는 "李총재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당의 뉴밀레니엄 위원회에선 李총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총재직을 내놓기로 합의돼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李총재 생각이 바뀌었다면 총재직은 갖더라도 공천 등 당 운영은 선출직 부총재들로만 구성된 총재단 회의에서 합의제로 바꾸자고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대통령제는 의회 무력화로 나타나는데 민주주의를 한 차원 끌어 올리기 위해선 권력의 분립과 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밀레니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덕룡 의원은 "우리 당이 집권하면 대통령이 당적을 버려야 한다는 게 당시 위원회 합의사항이었다"고 말했다. 비주류의 한 의원은 "李총재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는 총재직 사퇴를 요구해놓고 자신의 입장을 번복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반면 국가혁신위 서청원(徐淸源)정치발전분과위원장은 "정치분과위에서 대통령의 총재직 겸임 문제를 논의할 때도 겸임 불가론은 소수 의견이었다"면서 "분리론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고 李총재의 입장에 섰다. 상황에 따라선 야당 내의 당권.대권 분리논쟁이 가열될 조짐이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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