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온양행궁 복원에 "호텔이 기가 막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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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충남 아산시가 온양행궁(溫宮)복원 사업을 추진하자 행궁터에 있는 온양관광호텔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의 계획에 최근 수십억원을 들여 개축한 호텔을 부숴야한다는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온양관광호텔은 “관광 사업을 지원해야할 시가 도리어 거금을 들여 호텔을 허무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는 계획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아산시는 지난 3월 ‘온양온천의 상징을 되살린다’는 취지에서 온궁복원 계획을 세우고 충남발전연구원에 학술조사 및 복원계획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아산시는 이 용역비용으로 9천4백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최근 발표된 중간보고에 따르면 온궁터는 총 8천여평으로 모두 3백35억원의 복원 사업비가 소요된다.내년부터 4년간은 온궁의 주요 시설이 있던 호텔(5천평)및 주변 상가 ·주택(3천평)을 매입해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6년에 걸쳐 복원한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온양관광호텔은 지난 2월 대아건설서 인수,80여억원을 들여 호텔의 모든 시설에 대해 개 ·보수 공사를 최근 마쳤으며 35개 객실 증축이 완료되는 다음달에는 특급호텔 승급 심사를 앞두고 있다.

호텔측은 “보고서에 책정된 토지 보상가로는 호텔은 커녕 주변상가 매입도 어림없다”고 말했다.

아산시 관계자는 “복원은 장기적 계획으로 사업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양행궁=조선시대 세조 ·세종 등 여섯 왕이 온천욕을 하며 정무를 보던 임시 궁궐.1904년 일제에 의해 헐리고 온천시설을 갖춘 여관이 들어섰고 해방후에 호텔로 바뀌었다.

최근 사도세자를 기리는 느티나무가 말라 죽어 영괴대 ·신정비만이 온궁의 역사를 전해준다.

아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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