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월드컵 대표팀 아저씨들~ 우리 실력 어때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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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호 18면

“전국에 계신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조계사 동자승팀과 ‘행복한 이주민센터’ 아동들로 이루어진 해피팀의 축구경기가 곧 시작되겠습니다. 이 경기는 특별히 한국의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조계사 동자승 축구 대회는 2002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오늘 경기 주심은 전 배재고 축구감독 정상직 선생님이 맡아주시겠습니다. 중계 마이크를 잡은 저는 개그맨 이재형입니다.

8년 만에 봉축 행사로 열린 조계사 동자승 축구 대회

경기에 앞서 부주지 도문 스님께서 시축을 하시겠습니다. 자, 스님 부탁합니다. 슛! 어, 그런데 공 대신 신발이 골대를 향해 날아갑니다. 해피팀 골키퍼가 신발을 주워 스님께 가져가고 있네요. 앗, 그런데 이 순간을 틈타 스님이 슛을 날립니다. 네, 골인입니다. 골키퍼를 교란하는 솜씨가 대단합니다.

말씀 드리는 순간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참고로 양 팀 선수들은 대부분 축구를 해 본 적이 없답니다. 축구공을 오늘 처음 본 선수도 있다네요. 예상대로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은 혼란의 도가니입니다. 어느 방향으로 공을 차야 하는지도 모르는 선수가 많습니다. 겨우 5분이 경과했는데 공이 100번 이상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전반전 10분 경과. 동자승팀 현기 스님, 해피팀 문전으로 쇄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골키퍼는 어디 있죠? 아, 땅바닥에 앉아 동료 선수와 땅 따먹기를 하고 있네요. 대단한 배짱입니다. 슛, 골인입니다. 동자승팀이 앞서기 시작합니다. 말씀 드리는 순간 해피팀이 역습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어느 쪽으로 달려가나요? 자기 골문을 향해 뛰고 있는 해피팀 선수. 슛, 골인입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자살골입니다. 해피팀 응원단 망연자실합니다.

후반전 경기 시작되었습니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전반보다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저 여자 선수는 누구죠. 오늘 경기는 남자만 뛰는데요. 아, 해피팀 선수의 여동생이랍니다. 계속 밀리는 오빠팀을 보다 못해 여동생이 뛰어들었답니다. 주심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네요. 그러나 기세가 오른 동자승팀 전혀 흔들리지 않습니다. 현기 스님 골문으로 쇄도합니다. 슛, 골인입니다. 현기 스님 저러다 해트트릭 기록하겠는데요. 벌써 두 골째입니다. 3대 0.

텅 빈 해피팀 골문으로 다시 공이 흘러들어갑니다. 해피팀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군요. 삑! 주심 휘슬을 붑니다. 전·후반 30분 경기 모두 끝났습니다. 결과는 4대 0. 아무래도 동자승팀이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렸다고 봐야겠죠. 한국대표팀 선수들도 월드컵에서 동자승팀처럼 멋진 경기를 펼쳐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조계사 마당에서 전해드린 동자승과 이주민 아동들의 축구 중계방송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은 오는 21일입니다. 전국 곳곳에서는 봉축행사가 앞당겨 치러지고 있습니다. 서울연등축제는 16일 열립니다. 오후 6시부터 동대문과 종각사거리 사이에서 화려하고 장엄한 연등 행렬을 볼 수 있습니다. 행사 구간은 교통이 통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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