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의 소리] 장애인도 멋낼 자유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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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문명의 태동과 더불어 시작된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갈구!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현대엔 더더욱 장애인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신체적 장애가 사회활동을 가로막을 수 없다고들 쉽게 얘기한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그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반 기성복이야말로 사회활동을 가로막는 또 다른 고통이 아니고 무엇이랴.

장애인 의복은 무엇보다 기능적이어야 한다. 착용감이 좋은 실용적 소재로 만들어 계절 변화와 운동량에 대비하고 쉬 닳을 만한 부위는 미리 보완해두는 것은 물론 혼자서도 입고, 벗고, 용변도 잘 처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다는 아니다. 외형적으로도 아름다워야 한다. 일본의 경우 유동성 있게 두 개 정도의 사이즈 조절이 가능하도록 떼었다 붙였다 하는 벨크로테이프나 신축성 있는 고무줄 밴드, 다양한 용도의 포켓, 후드 등의 사용으로 좀 넉넉하게 디자인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구가 2백만에 육박하는 지금에도 이들을 위한 변변한 옷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반인에게도 그렇지만 장애인에게는 더욱 '의복이 날개'다. 대체로 장애인은 부정적 신체 이미지 때문에 주위로부터 찬 시선을 받기 쉽다. 그러나 현대생활은 장애인에게도 독립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사회인으로 살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정서적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기능적이면서도 일반인 옷에 버금갈 만큼 패션감각을 살린 옷이 꼭 필요하다. 옷은 동질감을 회복시키고 사회적 소속감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충분히 해내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저마다 장애 부위와 상태가 다르다. 따라서 입체패턴을 전공한 드레이핑 디자이너에 의해 인체공학적으로 재단한 개인별 맞춤복이나 주문생산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이런 편의복 연구개발을 위해 재활의학을 전공한 사람과 간호사협회가 상호 정보교환을 통해 후원회를 결성하고 옷을 구입할 때 개인의 신체부분을 관찰해 자료로 만들어 관리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너무 열악하다. 장애인이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설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돕는 기본 시스템이 마련되기는커녕 돈벌이에만 눈이 먼 장사꾼들로 인해 오히려 장애인과 그의 가족이 상처받기 일쑤다. 장애인의 60% 이상이 주위의 전적인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조사결과도 있을 만큼 이들의 경제사정도 열악하다.

가족 또한 이들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경제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국가적 지원이 절실한 것은 이 때문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장애인이 의류를 구입할 때는 구입가의 70%까지 지원하고 있다.우리나라도 이런 실질적인 지원책을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또 재정적으로 안정된 사업가가 독지가나 후원회 등을 통해 사회복지나 봉사 차원에서 장애인 의류를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다른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일반인들과 더불어 생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사회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윤혜숙 <패션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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