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잘만 낳으면 복둥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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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늦둥이 출산이 늘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고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것이 이유다. 여기에 경제적 안정을 얻은 40대 이후 늦둥이를 낳으려는 가정도 많다.

의학적으로 늦둥이는 35세 이상 산모가 낳은 아기.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5~39세 여성 1천명 중 17.4명이 출산을 경험해 1991년 10.8명에 비해 늦둥이 출산이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초고령 산모인 40~44세도 지난해 1천명 중 2.6명으로 91년 1.5명보다 훨씬 늘었다.

◇ 주의사항=늦둥이 출산은 산모와 아기 모두의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지능 저하와 발육 장애 등 아기에게 나타나는 대표적 유전병인 다운증후군의 확률은 산모의 연령이 높을수록 높아진다. 35세 이전엔 9백명당 1명꼴이지만 35세엔 3백65명당 1명, 40세가 되면 1백9명당 1명으로 증가한다.

최근 고령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당뇨나 정신분열병에 걸릴 확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산모의 경우도 불리한 측면이 많다.

영국의 의학잡지 BMJ는 최근 자녀의 터울이 59개월 이상인 늦둥이 출산의 경우 임신중독증 등 합병증이 19.5%의 산모에게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산모가 출산 후 당뇨나 고혈압에 걸릴 확률도 고령 산모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능하면 부모가 젊을 때 아기를 갖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다.

◇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그러나 늦둥이 출산이 모든 면에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진이 미국의 1백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세 이상 늦은 나이에 아기를 가진 장수 여성의 수가 40세 미만에서 출산한 장수 여성보다 4배나 많았다.

당뇨나 고혈압 등 특정 질환에 대해 유전적으로 취약한 여성이 아니라면 늦은 나이까지 출산과 수유 등 여성의 성 기능을 유지해 주는 것이 장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아기의 경우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있다.

고령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의 경우 유전자의 결함이 있다면 대부분 유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유산 확률은 40대 산모가 20대 산모보다 2~4배나 높다. 따라서 유산되지 않고 출산에 성공한 아기들은 대부분 건강상 문제 없이 자라게 된다는 것.

◇ 검진이 필수=고령 산모의 경우 임신 중 태아 상태에 대한 면밀한 검진이 필요하다.

고령 산모에겐 임신 15~19주 무렵 양수 검사가 권장된다. 초음파를 보면서 양수 속에 바늘을 찔러 태아의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 20주부터는 태아의 팔과 다리의 모양 등 구조적 이상을 살펴볼 수 있는 정밀 초음파 검사를 받도록 한다.

36주부터는 매주 병원을 방문해 혈압과 소변검사를 통해 만의 하나 있을 수 있는 임신 중독증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고령 산모는 무조건 제왕절개를 통해 분만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최근 분만 기술과 태아 검진의 발달로 연령에 관계없이 일단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는 것이 원칙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 도움말 주신 분〓평촌 봄빛병원 최석태 부원장, 강남 차병원 신중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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