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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마약 확산 보고만 있을텐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기 탤런트 황수정씨가 히로뽕을 복용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데 이어 인기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대마초를 피워온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팬들은 물론 시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연예인과 유흥업소 종사자 등 일부 계층에 국한됐던 마약 사용자가 최근 회사원.주부.학생 등으로 급속히 확산하는 추세여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연예인들의 마약 복용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된 연예인만 20여명에 이르고 검찰이 분석한 마약사범 직업별 분포에서도 5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문제는 비교적 약한 대마초에서 보다 강력한 히로뽕.엑스터시 등 강한 마약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연예인들은 인기에 대한 중압감과 무대 공포증 등 때문에 마약의 유혹에 빠져든다고 한다. 하지만 마약 중독의 폐해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마약을 복용한 연예인들에게 어떻게 건전한 무대 활동이나 창작 활동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연예인들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우상이다. 그런 만큼 그들의 언행 하나, 옷 차림 하나까지 청소년들에게는 모방의 대상이다. 자칫 모방 범죄를 조장할 수도 있다. 연예인들이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인들 사이에 마약 사용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더욱 심각한 일이다. 대검 집계에 따르면 1996년 6천1백여명이던 마약사범이 지난해 1만3백여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이 가운데 회사원.상인.주부.학생 등 일반인의 경우 96년 8백40여명에서 지난해 1천4백여명으로 67%나 늘어났다.

일반인들의 마약 사용이 이처럼 급증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국이나 태국 등지에서 생산되는 히로뽕이 국내로 대량 유입되면서 값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수사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1회 투약분(0.03g)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 20만원을 웃돌았으나 올해 들어선 반 이하로 싸졌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사형이 집행돼 한.중간 외교 마찰을 불러일으켰던 申모씨도 하얼빈(合爾濱) 교외에 집 한 채를 임대한 뒤 히로뽕 3천5백g을 제조해 한국으로 들여온 혐의로 97년 9월 중국 당국에 체포됐었다.

폭력조직이 조직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들어 마약 밀거래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것도 마약 사용을 확산시키는 한 요인이다. 99년부터 지난달까지 최근 3년간 마약 밀거래와 관련돼 수사기관에 적발된 폭력조직만도 20여개파, 70여명에 이른다고 하니 폭력조직이 어느 정도 마약에 손을 대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마약사범은 이제 단순 투약자나 판매책을 단속하는 것만으론 실효를 거둘 수 없다. 검찰과 경찰은 히로뽕 등 마약류 제조와 공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공항과 항만 검색을 더욱 철저히 하고 중국 등 제3국과의 수사 공조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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