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회담 왜 비난수위 높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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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차 장관급회담이 성과없이 끝난 가운데 우리측 수석대표인 홍순영(洪淳瑛)통일부장관이 '묘한 처지'에 빠졌다.

북한은 洪장관에 대해 신랄하게 비난 공세를 벌였으나, 정작 洪장관은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층으로부터 격려를 받았기 때문이다. 권철현 대변인은 15일 "북한의 무도한 태도에 단호한 입장을 취한 대표단의 노고에 위로를 보낸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14일 평양방송을 통해 "회담 결렬은 남측의 무성의, 특히 남측 수석대표의 전횡과 불순한 태도에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남측 수석대표라는 사람이 앞으로 우리의 대화 상대가 되겠는가 하는 문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퍼부었다.

회담 고위관계자는 15일 북측의 이번 비난성명은 "이전의 우리측 대표와는 다른 협상태도를 보인 洪장관에 대한 일종의 화풀이성 조치"라고 풀이했다.

洪장관은 이번 협상과정에서 북한이 고집을 꺾지 않자 서울 상황실의 판단과 관계없이 '서울로 돌아가겠다'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북측이 남한 내 비상경계 태세에 사과를 요구해 결국 공동보도문 초안 1항에 '북과 관계없지만 남북관계에 긴장이 조성된 것은 유감스럽다'는 '사실상의 유감표명'을 해주었는데도 북측이 다른 사안을 놓고 무리한 주장을 펼치자 철수를 결정한 것.

당시 그는 "북한이 하자는대로 따르면 합의서야 들고 가겠지만,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살리면서 남측도 때론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남북관계는 주춤해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측근에게 말했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이산상봉과 7차 장관급회담 등 2개항이 합의되지 않으면 회담을 깨고라도 돌아온다는 게 정부의 마지노 선이었다"며 "북측도 벼랑끝 전술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만큼 향후 남북협상에서 보일 북측의 태도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洪장관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할 경우 회담재개 과정에서 하나의 변수는 될 수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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