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값 뛰니…수입 쇠고기 잘나가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쇠고기를 수입하는 업체들이 판촉행사를 강화하면서 국내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쇠고기 수입과 판매가 예전보다 훨씬 쉬워진 데 따른 것이다. 올해부터 관세(41.2%)만 물면 쇠고기를 누구나 수입할 수 있도록 자유화된 데 이어 지난 9월부터는 수입육 판매에 대한 제한도 없어졌다.

전문판매점에서만 취급하던 수입육을 전국 4만5천여개 정육점에서 팔도록 한 것이다.

미국 내 정육가공.수출업자 등으로 구성된 미국육류수출협회는 백화점.할인점에서 할인판매를 하면서 고객 끌기에 열심이다. 쇠고기 수입업체인 아이델리는 지난 8월부터 수입량을 1백50% 늘려 할인점 등에 공급하고 있다.

한우 사육두수가 크게 줄면서 한우 고기 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수입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 서울 가락동 공판장에서 경락되는 쇠고기 값은 지난해만 해도 1㎏에 9천원대였으나 이달 들어서는 1만5천원대로 올랐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판매하는 한우 최고급 등심 값도 지난해에는 1백g에 5천6백원이던 것이 최근에는 7천8백원으로 40% 정도 뛰었다.

◇ 수입 쇠고기 공세 강화=농림부에 따르면 국내 쇠고기 소비량에서 수입 쇠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39%에서 지난해 47.2%로 높아졌다.

올해는 한우 수가 감소해 수입 쇠고기 비중은 더 높아졌다. 지난 9월 말 52%를 기록한 데 이어 연말에는 55%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미국에서 최고로 치는 프라임급 쇠고기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수입된 쇠고기는 대부분 냉동육이었으나 지난해 말부터 프라임급 냉장육 수입이 늘어 전체 수입육 시장의 3%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델리 관계자는 "프라임급 냉장육은 호텔에서 맛볼 수 있는 고급 스테이크 수준"이라며 "가격도 한우보다 저렴해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업체도 해마다 10%씩 늘어 아이델리.코스카상역 등 1백50여개 업체가 미국.호주.캐나다 등지에서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판촉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육류수출협회 한국지사는 지난 9일부터 전국 할인점.백화점 60여곳에서 프라임급 냉장육을 10% 정도 싸게 팔고 있다. 이 행사는 18일까지 한다.

◇ 한우는 고급화로 대응=농림부는 한우의 브랜드화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농림부는 23일부터 코엑스에서 '우리 축산물 브랜드전'을 개최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수입육에 대항하기 위해선 쇠고기를 브랜드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부위별로 판매하는 비중도 늘려나가기로 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한우는 부위별로 판매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해 품질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며 "수입육처럼 정육과정에서 부위별로 나눠 상품화하는 비율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농협 축산유통부 김태환 팀장은 "한우는 사육 두수가 워낙 적어 가격면에서 수입육에 밀리는 게 사실"이라며 "품질을 고급화하고 위생관리를 강화하면 한우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수입육에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