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제2창당론'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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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에 '제2창당론'이 확산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를 계기로 민주당의 틀을 바꾸자는 주장이다.

당내 주류로 부상 중인 한광옥(韓光玉)대표와 중도개혁포럼(회장 鄭均桓)은 물론 쇄신파 그룹에서도 "내년 전당대회는 창당에 버금가는 형식과 내용으로 치르자"고 입을 모은다.

14일의 당무회의에서 정균환 총재특보단장은 "金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3金의 정당적 역할은 끝났다"면서 "이를 정치발전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쇄신파의 리더격인 정동영(鄭東泳)고문도 "정국의 우위에 서는 유일한 길은 정치혁명.정당혁명의 기치를 내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鄭고문은 "당의 문호를 개방해 인재들을 흡수하고 내년 전당대회를 축제분위기에서 치르자"고 주장 중이다.

회의에서는 "특위에서 정치일정뿐 아니라 당쇄신 방안도 강구 중"(趙世衡쇄신특위 위원장),"당의 근본문제를 폭넓게 논의해 과감히 고치자"(徐廷華고문)는 등의 발언도 나왔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한나라당과의 차별성.경쟁력을 가지려면 구시대적 정당체제와 질서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제2창당론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전국정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이 당에서 손을 뗀 것을 계기로 'DJ당' '호남당'시비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이다.

당쇄신특위에선 후보공천의 투명성과 의원들의 자율투표 보장.제왕적 총재권한 축소, 대의원수 확대, 지구당 운영 개선방안 등을 광범하게 검토 중이다.

이같은 기류에 대해 당 관계자는 "차기 주자들간의 경쟁도 당의 쇄신분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경쟁의 틀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李洛淵).강운태(姜雲太).함승희(咸承熙).박병석(朴炳錫).정범구(鄭範九)의원 등은 이날 각 주자들의 줄세우기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면서 자신들을 계보로 분류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다.

咸의원은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여러 주자 진영의 계보로 발표돼 지역 구민들로부터 '왜 왔다갔다 하느냐'는 핀잔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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