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곧 한달간 '라마단'… 반미시위등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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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슬람 원리주의를 신봉하는 탈레반이 '라마단'이라는 이슬람 전통에 힘입어 기사회생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이슬람력의 아홉번째 달을 뜻하는 '라마단'은 올해 각국 현지시간으로 15일 또는 16일 저녁에 시작된다.새 초승달이 뜨는 날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육안으로 월출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지역마다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슬람교도들은 이때부터 한달간 동틀 무렵부터 해질녘까지 음식과 물을 입에 대지 않는다. 흡연과 성생활도 자제한다. 예언자 마호메트가 알라의 계시를 받은 신성한 달을 기리는 종교적 관습이다.

이슬람 국가들은 이 기간에는 아프가니스탄을 공습하지 말라고 미국에 촉구해왔다. 평소와 달리 매일 모스크에 모여 신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이슬람 문화를 존중해 달라는 것이었다.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을 비롯한 이슬람 국가의 지도자들은 공습 중단을 요구했고, 각국의 이슬람 단체들은 "미국이 전쟁을 계속한다면 이슬람권에 대한 서구의 공격으로 여기겠다"며 위협했다. 파키스탄.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교도들의 반미.반정부 시위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나라들은 라마단 기간 중 대규모 소요 사태가 벌어질까봐 걱정하고 있다.

만일 미국과 북부동맹이 공격을 중단한다면 전략거점들을 차례로 빼앗기며 남쪽으로 내몰리고 있는 탈레반이 전열을 정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과 북부동맹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들은 탈레반이 집권할 때도 라마단 기간이라고 해서 공격을 멈춘 적이 없으며 1973년 이집트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때도 라마단 기간이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 대통령과 국방장관도 "테러와의 전쟁에서 일시중단은 없다"고 말해왔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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