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모으기운동 펀드' 끝내 소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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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말도 많던 '주식모으기운동 펀드'가 발매 한달여만에 사실상 소멸했다.

이 펀드는 9.11 미 테러 사태 이후 증시 부양책의 하나로 선보였었다. 14일 증권.투신업계에 따르면 발매 보름 뒤 1백20억원이었던 주식모으기운동 펀드가 잇따라 환매되면서 수탁고가 10여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 9월 26일 '한마음국민펀드'를 내놓은 뒤 한때 1백13억원을 끌어모았으나 지난달 중순 1백억원을 투자한 큰손이 이탈하면서 잔고가 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또 LG투자증권의 '하나로국민펀드'(7억6천만원), 대신증권의 '모아모아주식투자신탁'(1억6천만원), 대우증권의 '한사랑국민투자신탁'(6천만원) 등도 투자자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판매사인 증권사와 운용사인 투신사들은 관련 펀드의 운용을 포기한 채 가급적 일찍 고객에게 환매해주고 펀드를 청산할 계획이다.

LG투자증권은 그동안 주가가 올라 수익률이 15%선을 기록함에 따라 고객들이 조만간 환매해 펀드를 청산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익률이 20%를 넘기면 환매 수수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투신운용도 최근 수익률이 25%까지 상승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잇따라 돈을 환매해 펀드의 존립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증시 관계자들은 "정부가 세제혜택을 주는 새로운 증권투자상품을 내놓지 않겠다는 방침을 바꿔 장기증권저축을 허용하는 바람에 주식모으기운동 펀드의 부진은 이미 예상됐다"며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 덕분에 증권사와 투신사만 쓸데없이 힘을 낭비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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