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 MS · 닌텐도 3사, 게임기 시장 주도권 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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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플레이스테이션2(PS2), X박스, 게임큐브….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닌텐도가 세계 게임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한판 승부를 벌인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5일(현지 시간) 미국 시장에 야심작인 'X박스'를 출시한다. 오는 18일에는 1990년대 중반 '게임보이'로 시장을 석권했던 닌텐도가 신제품 '게임큐브'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맞서 소니는 지금까지 1천5백만대 이상 팔린 인기 게임기 'PS2'의 시장을 지키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 게임기 시장 3파전=저마다 첨단 기능과 화려한 그래픽 등을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닌텐도가 게임기를 장난감으로 봤다면, 소니는 오락기로, MS는 예술기기로 보고 접근했다며 차이를 설명한다.

MS의 X박스는 게임기 성능으론 가장 앞서 있다. 같은 값의 PS2에 비해 연산능력이 몇 배 빠르고 온라인 게임에 필수적인 각종 장치도 내장돼 있다. PC와 호환이 되도록 설계해 게임 개발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닌텐도의 게임큐브는 저렴한 가격(1백99달러)이 매력이다. 또 포켓몬.슈퍼 마리오 등의 유명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게임보이와 호환되는 점도 X박스보다 유리하다.

지난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게임박람회(E3)에서도 우수한 게임 프로그램을 선보여 X박스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비해 소니의 PS2는 화려한 그래픽과 이용 가능한 게임수가 많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기존의 이용 가능한 게임수 80개를 올 연말까지 2백개 더 늘릴 계획이다. 소니는 이를 위해 이미 3백여개의 게임 개발업자를 끌어들였다.

타깃으로 삼는 고객층도 차이가 난다. 게임큐브가 어린 학생들을 주 공략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과 달리 MS와 소니는 18~34세 가량의 게임 매니어들이 주 고객층이다.

◇ 초기 출혈경쟁 불가피=게임기는 판매가격을 원가보다 낮게 책정해 판매량을 일단 늘려놓은 뒤, 게임 프로그램(SW)을 팔아 이익을 보는 게 일반적인 영업 방식이다.

소니는 PS2의 전신인 PS도 초기에는 싸게 팔아 손해를 봤지만 게임기 한대당 9개의 SW를 팔아 수십억달러를 벌었다.

PS2도 같은 영업방식을 취해 판매가격(2백99달러)이 원가에 못 미치지만, SW 판매량이 아직은 게임기 한대당 3개에 불과해 적자를 보고 있다.

X박스와 게임큐브도 제작비용이 4백25달러와 2백75달러로 판매가격보다 훨씬 비싸 적자가 불가피하다. 결국 이를 SW 판매로 메워야 하는데, 이런 면에서 기존의 인기 게임을 활용할 수 있는 닌텐도가 MS보다 유리하다.

MS는 온라인상에서 한달에 10달러 정도를 내고 게임을 다운로드받는 방식으로 SW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 최후의 승자는=3사는 내년까지 모두 15억달러를 판촉비용에 쓰는 등 시장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전면전을 벌일 참이다.

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컴텍스쇼에서도 MS의 빌 게이츠 회장이 해리포터 복장을 하고 X박스를 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일단 소니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유럽 SW협회는 2004년까지 소니가 42%의 시장을 차지하고, 닌텐도와 MS는 각각 29% 정도의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소니와 닌텐도는 그럭저럭 버텨나갈 수 있겠지만, MS는 막대한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막대한 자금과 우수한 기술을 가진 MS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 게임기 시장에서 선발업체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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