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황수정 쇼크' 왜 이리 큰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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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황수정 쇼크는 최근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관련 사안중 가장 충격적이다.

섹스 비디오 파문은 엄밀하게 말해 실정법 위반 사안이 아니었다. 백지영.오현경씨의 경우 비디오를 유포시킨 자들에 의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렸고 이어 동정론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선 동정론을 찾기 어렵다.

충격이 큰 이유는 또 있다. 대마초 흡입이나 히로뽕 투여 등으로 구속된 연예인 중 여자 탤런트로 황수정씨 만큼 정상에 있었던 경우는 없었다. 더구나 '예진아씨'의 단아한 얼굴과 히로뽕은 같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만큼 대비되는 이미지다.

이로 인해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동료 연기자의 반응도 냉담하다.

"최음제로 잘못 알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말이 퍼지고 난 후엔 작은 동정의 여지까지 날아가 버렸다.

네티즌 사이에선 "연예계를 떠나라"란 극단적인 비난이 일고 있고 연예인의 건전한 행동을 요구해온 시민 단체들의 시선은 더욱 곱지 않다.

김용무 서울 YMCA청소년 사업부장은 "청순한 모습으로 있다 그토록 파렴치한 행동을 할 때 청소년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혼란을 어떡할 것인가. 그가 다시 브라운관에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어조가 단호하다. 이런 사회여론들로 볼 때 황수정씨는 돌이키기 힘든 나락의 길로 접어들고 만 느낌이다.

그러나 짚고 넘어야 할 게 있다. 황수정씨는 대중사회가 만들어낸 스타다. 스타는 실생활이 아닌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러니까 대중이 느끼는 배신감은 상업적 시스템이 생산했던 이미지에 속았다는 허탈함이라고 해야 옳다.

"대중 사회는 이미지와 실체의 괴리가 너무 심하다. 이제부터라도 대중이 이토록 현혹되지 않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비단 이런 일이 연예인에게서 뿐인가. 선거철이면 정치인에게도 해당되지 않느냐"는 이화여대 함인희(사회학) 교수의 말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감정적인 발산이야 어차피 일시적인 것이다. 문제는 상업적 이미지 조작이라는 현실에 대한 차분한 조망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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