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군대 좋다] "면회도 인터넷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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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지난 10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진백골부대 화상면회실.

제주도가 고향인 홍현송(洪玄松.21)병장은 어머니 전영심(全永心.48.제주시 용담2동)씨와 얼굴을 마주보고 앉았다.

추석 전 역시 화상면회를 통해 어머니 얼굴을 보기는 했지만 다시 인자한 모습이 화면에 뜨자 洪병장의 눈에는 어느새 이슬이 맺혔다.언제 보아도 그리운 얼굴이기에 목소리만 듣던 것과는 달랐기 때문이었으리라.

"휴가 갔다온 기분입니다." 20여분간의 화상면회를 끝낸 洪병장은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아들이 오지 말라고 해 면회 한번 하지 못했다는 어머니 全씨도 "컴퓨터를 통해서지만 아들의 씩씩한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화상면회가 병영의 새로운 풍속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부터 군정보화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부대마다 웹카메라를 부착한 컴퓨터를 설치하고 시스템을 도입, 대대급 이상 상당수 부대가 화상면회를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대측은 이들 장병을 집중관리, 최소한 두달에 한번 이상은 화상면회를 통해 부모들을 만나도록 하고 있다.

화상면회는 부모.자식간의 만남의 장 외에 애인 및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는 사이버 카페 역할도 한다. 화상면회가 일반 PC방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부대 이주환(李周桓.21)상병은 지난 7월 화상면회가 시작된 이래 모두 여섯번이나 여자친구와 화상면회를 했다.

그는 전주대학에 다니는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화상면회 시간을 약속, 화상면회실과 PC방에서 서로 접속한 후 밀어를 나눈다.

李상병은 "화상면회를 할 때면 새로운 헤어스타일에 대해 설명해주고 새로 산 옷도 보여주는 등 여자친구가 학교에 다닐 때와 흡사한 모습을 보여줘 늘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진백골부대는 1백번째 화상면회를 하는 장병에게 포상휴가를 내걸었다.

이 부대 관계자는 "화상면회가 이뤄지면서 장병들이 보다 명랑한 병영생활을 할 수 있게 됐고 군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철원=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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