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 타결 초읽기] 국내 농업에 미칠 영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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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뉴라운드 농업 협상에서 시장을 더 개방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 각료 선언문의 윤곽이 드러남에 따라 국내 농업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세부 협상이 남아 있지만 협정문의 '실질적'이란 문구에 맞게 상당한 폭으로 관세를 낮추고 정부 보조금을 줄여야 한다. 따라서 국제 시세보다 비싼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선 1995년부터 시행된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때보다 관세 감축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UR 협상 때 기초가 된 협정문은 관세 및 보조금의 '상당 수준 점진적인(substantial progressive)'감축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를 근거로 한국은 '10년간 24%'의 관세율을 낮추도록 결정됐다.

그런데 이번 협정문에선 '점진적'이란 말이 빠져 농산물 수출국들은 UR 때보다 더 큰 폭의 관세 인하를 요구할 게 뻔하다. 더구나 현재 한국에 부여된 농업 분야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계속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협상 과정에서 개도국 지위를 잃게 되면 관세 감축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UR 때 선진국으로 분류된 나라들은 개도국에 비해 불리하게 '6년간 36%'의 관세율을 낮춰야 했다.

관세율이 대폭 낮아지면 높은 관세로 보호받아 오던 국내 농산물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UR 협정 시한이 종료되는 2004년 기준으로 마늘(3백60%).고추(2백70%).보리(3백24%).대추(6백11%).잣(5백65%).참기름(6백30%).탈지분유(2백20%) 등 많은 농산물이 높은 관세 장벽으로 시장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뉴라운드의 타결로 이들 품목은 상당한 관세 인하가 불가피하며, 값이 싼 수입 농산물에 시장을 상당 부분 내주게 될 것이다.

정부가 농업 분야에 지원하는 보조금도 대폭 깎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UR 협상으로 10년간 13.4%의 보조금을 감축, 2004년에 1조4천9백억원으로 보조금을 제한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번 협정안에 UR 협상 때와 달리 '점진적'이란 표현이 빠져 그 전보다 더 큰 폭으로 보조금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 될지 모른다.

보조금이 줄어들면 국내외 가격차가 큰 쌀.보리.콩에 대한 시장가격 지지도 사실상 어려워지게 된다.

농림부는 직불제 보조금.농작물 재해보험 등 국제적으로 허용되는 농업에 대한 소득 보조를 늘릴 계획이지만 이것으로 시장 개방 확대의 충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 고심하고 있다.

농림부 송주호 국제협력과장은 "각료 선언문이 당장 우리 농업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보조금 및 관세를 현재보다 감축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앞으로 후속협상 과정에서 식량 안보 등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을 내세워 최대한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이끌겠다"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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