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피오리나, 컴팩 인수 주총서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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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휼렛 패커드(hp)창업자 후손들이 hp의 컴팩 인수를 반대하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hp의 최고경영자(CEO)칼리 피오리나(47)가 대응에 나섰다.

지난 6일 창업자의 아들인 월터 휼렛(57)이 컴팩 인수를 반대하자 즉각 이사회를 소집, 인수 계획을 재확인했던 피오리나가 이번에는 주주총회 때 소액주주들의 표를 모으는 일을 '이니스프리 M&A'라는 전문 대행사에 맡겼다.

내년 봄으로 예정된 주총 때 합병을 반대하는 창업자 후손들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에 앞서 합병 반대파를 이끌고 있는 월터 휼렛도 주총 대행사로 유명 건설팅회사 매킨지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이들 대행사들은 기업간 인수.합병(M&A)때 주주들을 설득해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주로 하며, 평소에는 주요 이슈에 대해 주주들의 견해를 파악하는 일을 한다.

결국 이들 주총 대행사가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창업자 후손들과 현직 CEO를 각각 대리해 정면 대결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현재 월터 휼렛측은 5%의 hp 주식을 가지고 있으며, 또 다른 창업자 데이비드 패커드의 외아들 우들리 패커드가 1% 남짓한 지분을 가지고 반(反)피오리나 진영을 주도하고 있다.

관건은 10%의 지분을 가진 데이비드 패커드의 세 딸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다.

이들은 15일 발표되는 hp의 분기 실적을 보고 태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마저 반대할 경우 2백10억달러 규모의 hp.컴팩 합병안은 물건너갈 확률이 아주 커지며, 피오리나의 퇴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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