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에게 성폭행 당한 여중생 추락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15세 여중생이 또래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아파트 23층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12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중학교 2학년생 A양은 어린이날인 5일 오후 9시쯤 서울 사당동 지하철 7호선 남성역 근처 골목에서 가출 청소년인 이모(14)군과 염모(15)군에게 붙들렸다. A양은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다녀온 뒤 혼자 귀가하던 길이었다. 이군 등은 “네가 얼마 전 친구의 오토바이를 훔친 일당 중 한 명과 닮았다”며 A양을 윽박질렀다. A양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들은 A양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누명이라면 오토바이를 잃어버린 친구를 만나 확인하자”며 봉천동의 한 아파트로 데려갔다. A양은 누명만 벗으면 된다는 생각에 별다른 반항 없이 이들을 따라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이군은 염군에게 망을 보게 하고 A양을 아파트 23층 기계실 비상계단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지갑을 빼앗았다.

A양은 이날 오후 10시45분쯤 이군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비상계단 창문을 통해 땅에 떨어져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은 원래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했다. 그러나 탐문조사 결과 A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A양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아파트 주변의 폐쇄회로TV(CCTV) 화면 분석 등을 통해 이군 등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이튿날 새벽, 이군과 염군을 검거해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달아나려다 추락해 숨진 것 같다고 이군이 진술했지만, 타살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고 거짓말 탐지기 등을 동원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군이 빼앗은 A양의 휴대전화를 아파트 옥상 출입문 쪽에 가지런히 놓아두는 등 자살로 위장하려 한 흔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군이 A양을 숨지게 한 뒤 자살로 위장하려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경찰은 12일 강간치사와 강도강간 등 혐의로 이군을 구속했다. 염군은 공동공갈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박성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