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유로존 재정 통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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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로존의 재정 통합을 제안했다. 유럽연합(EU)도 유로존 국가 간 상호 재정감독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대규모 기금 조성으로 숨 돌릴 시간은 벌었지만, 유로존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인식에서다. 상당수 전문가는 통화정책은 통합됐지만 재정정책은 제각각인 유로존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재정위기가 심화됐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12일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유로존 회원국이 서로 단기적으로 재정 이전을 하는 방식을 통해 재정위기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재정에 대한 엄격한 감독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재정 이전을 체계화하는 수단”이라며 “유럽은 재정 통합을 위해 국가 간 재정 공조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 연방정부가 각 주의 재정상황에 따라 재정적인 보조를 하는 것처럼 유로존도 공동예산을 늘려 재정 이전 효과를 내자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현재 EU 예산은 EU 회원국 전체 국내총생산의 3~4%에 불과해 잘 사는 나라의 여윳돈을 못 사는 나라로 옮기는 이전 효과를 내기엔 부족하다.

EU는 재정통합을 위한 첫 단추로 예산안에 대한 국가 간 사전 점검 제도를 제시할 예정이다. FT에 따르면 올리 렌 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유로존 16개국이 국가별 의회에서 예산안을 의결하기 전에 다른 15개국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제안을 할 계획이다. EU 고위 관계자는 “유로존에서 생긴 많은 문제가 각국이 예산안을 짜면서 경제 전망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사전 점검은 예산안 수립의 전제가 되는 물가·성장률·금리 전망의 타당성을 따지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때보다 재정통합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최종 합의까지는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재정 이전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 FT는 “(재정 이전 방안에 대해) 유로존 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강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전 점검 제도는 각국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불가피하고, 예산 편성의 타당성을 점검할 기준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편 국제 금융시장은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재정난에 빠진 그리스·포르투갈의 자금 조달 여건은 좋아지고 있다. 12일 두 나라의 국채 가격은 사흘 연속 상승세(금리 하락)를 이어갔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채권 매입이 효과를 본 것이다.

반면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1.26달러대로 하락하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 금값은 온스당 123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2일 한국(-0.43%)·일본 증시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날 독일(0.32%)을 제외한 유럽 주요국 증시와 미국 다우지수(-0.34%)도 하락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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