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내 머리 놓고도 별별 얘기…그게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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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검찰총장의 '파마머리 론(論)'이 화제다. 김 총장은 12일 사법연수원 특강에서 자신의 곱슬머리에 대해 언급하며 "사람들은 자신이 인식하는 대로 사실을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파마머리 론'은 이날 41기 사법연수원생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 서두에 김 총장이 자신의 헤어스타일 이야기를 꺼내면서 시작됐다. 김 총장은 "어디가면 검찰총장인데 수사에 대해 묻는 게 아니라 곱슬머리냐, 파마머리냐를 묻더라. 하도 그래서 머리를 좀 쳤는데 '파마를 한 거다', '곱슬머리다', 원래는 더 곱슬거렸는데 핀 거다' 등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온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곱슬거리는 헤어스타일은 파마를 하지 않은 '자연산'이다.

김 총장은 "하다못해 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까지 '너 파마하고 다니냐'는 이야기를 한다"며 푸념한 뒤, "방송 화면에서 보고 '저 사람 파마했구나 하면 (하지 않았다고 해도) 안 믿어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인식한 대로 사실을 받아들인다. 객관적 사실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의 이 발언은 최근 '스폰서 검사' 파문으로 검찰에 대한 각종 의혹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나친 의혹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총장은 이런 세상의 시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검찰 업무나 검찰 바라보는 시각도 그런 식"이라며 "그것을 탓하고 잘못됐다 하는게 아니고, 사건을 수사하고 발표할 때 그점을 유념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취임 이전부터 파격적인 행보와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2008년 부산고검장 재임 당시 청바지에 가죽점퍼, 가죽장갑, 카우보이 모자 차림으로 서울 서초동에 나타났던 일화가 유명하다. 그는 이날 약 5분 동안 파마머리 이야기를 계속하며 "(세상이) 답을 정해놓고 그 답에 맞춰추기를 바라는 게 강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소회를 밝혔다.

한편 그는 이날 강연에서 '스폰서 파문'과 관련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과감하게 바꾸고 남아있는 흔적을 싹 도려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문제에 대해서는 권한과 권력을 쪼개서 남을 주거나 새 권력을 입히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최근 검찰개혁방안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는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나 상설특검제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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