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외교관의 영사화'로 사형파문 일단 미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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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7일 중국에서 처형된 신모씨 문제와 관련해 내놓은 대책은 외교관의 증원 없이 영사업무 담당자를 늘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1백24개 공관 가운데 중.소규모 62개 공관의 경우 정무(政務)를 맡아오던 부(副)공관장에게 총영사.선임영사를 겸직케 해 교민 보호활동에 충실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영사업무의 질적 개선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영사가 재소자를 면회하고 재외국민과 해외여행자가 공관을 통해 국내 관련부처로부터 법률구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그 예들이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은 조치들로 나름대로 고민이 배어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전 외교관의 영사화'로 가장 힘을 쏟아야 할 정무.경제 활동 위축이 우려된다. 새 제도대로라면 작은 공관의 경우 공관장.부공관장도 영사업무를 관장하는 만큼 본연의 외교활동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것도 있다.영사의 재소자 면회방침은 명확한 기준도 없을뿐더러 수감자가 많은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한 중견 외교관은 "중국의 경우 비자(입국사증)발급,탈북자 문제로 지금도 손이 모자라는 판에 공관서 멀리 떨어진 형무소까지 일일이 찾아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여론 무마용의 색채가 없지 않은 것이다. 결국 새 국제정세와 교민.여행객 분포 등에 걸맞은 공관업무 재조정은 숙제로 남게 된 셈이다.

정부의 문책방침도 논란거리다.한승수(韓昇洙)외교부장관은 "담당영사 및 지휘.감독자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만 밝혔다. 외교부와 주중 대사관측이 재외국민 보호에 손을 놓았고, 문서관리도 제대로 못했으며, 이에 따라 국가 이미지가 실추됐는데도 문책의 명확한 기준도 내놓지 않았다.

발표문대로라면 본부는 빼고 베이징(北京)대사관의 담당영사와 총영사, 선양(瀋陽)영사사무소의 담당영사와 소장 등 4명에게 책임을 돌리겠다는 인상이 짙다.

외교부 수뇌부의 발뺌식 대응도 도마에 오르는 분위기다. 韓장관은 7일 국회 출석을 이유로 언론 발표문을 읽자마자 질문도 받지 않고 자리를 떴으며,최성홍(崔成泓)차관도 신씨 문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기자들의 회견요구에 응했다. 그래서 수뇌부가 자신들의 이미지 관리에나 신경 쓴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오영환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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