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중국 前주석 화궈펑, 지도부에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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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 정계의 원로 화궈펑(華國鋒.76)이 지난 9월 공산당을 탈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홍콩의 중국전문 시사월간지 쟁명(爭鳴)이 이를 밝혀냈다.

華는 마오쩌둥(毛澤東)의 후계자로 지명돼 국가주석.중앙군사위주석 등 최고위직까지 올랐으나, 곧바로 덩샤오핑(鄧小平)세력에 밀려난 '비운의 황태자'다. 중국 공산당 서기처는 지난달 중순 극히 이례적으로 華의 탈당사유를 듣는 특별회의를 열었다.

이날 華는 탈당 이유로 ▶당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없고▶당강령과 이념을 유지할 수 없으며▶그동안 수없이 당정책과 결의에 이견을 제시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당과 당원이 날로 부패, 변질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공산당을 혹독하게 비난한 것이다.

그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마르크스주의와 공산주의를 신봉해왔다"고 강조하고 "지난 3년간 고민했으나 지금이야말로 마르크스.毛주석.저우언라이(周恩來)총리 등 수많은 혁명선배들 앞에 서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쟁명은 당 소식통을 인용,"지난 3월 이후 87명의 당원로들이 탈당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은 당황했다. 華의 탈당 이유를 듣기 위해 이례적으로 특별회의를 열었다는 사실은 공산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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