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장기발전안] '세계적 연구대학' 10년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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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대의 향후 10년간에 걸친 장기발전계획의 핵심은 '대학 개혁과 자율성 확보'로 간추릴 수 있다.

전문대학원을 확대해 과거부터 추진해온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의 개혁을 가속화하고 독립회계제도, 총장 임기 확대, 교수의회 설치 등을 통해 독립성을 확대해 세계적 연구대학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내 구성원간의 이해가 상충되고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원이 필요한 내용들이 적지 않아 최종 확정까지 진통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 전문대학원 확대=법대.경영대의 일반.전문대학원 병행 운영 방안은 해당 대학의 학부폐지 반대 여론과 전문대학원 도입의 현실적 필요성을 동시에 반영한 것이다.

학술 목적의 대학원과 실무적인 전문가를 양성할 전문대학원 모두가 필요하고, 일반대학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부의 존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전문대학원 확대에 무게가 실려 있고,이에 따라 학부의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일부 단과대학은 이미 교육부 등에 학부 정원의 상당수를 축소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전문대학원 신설을 위한 구체적 준비에 착수했다.

경영대는 지난 7월 발표된 '해외 유명대학원 국내 유치' 방침에 따라 교육부에 MBA 과정 합작설립 제안서를 내고 미국 하버드대.스탠퍼드대.와튼(Warton) 등과 영국의 런던대.프랑스 인시어드(INSEAD) 등 세계 유수 경영전문대학원과 접촉하고 있다.

경영대 조동성(趙東成)학장은 "공동설립이나 협력운영 형태가 될 것"이라며 "교수진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으로 채용하고 사회경력자만 선발하는 본격 MBA 과정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도 내년 9월까지 외국대학의 국내진출을 위한 여건조성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은 의예과 출신과 타전공 학사학위자를 대상으로 의학교육입문시험(MEET)을 치러 입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입학생 1백명이 본과에 진입하는 2004년 시범적으로 타전공 학사학위 소지자 60명을 선발해 함께 본과에 입학시킬 계획이다. 서울대는 이와 함께 정보기술(IT).생명공학(BT) 등 새로운 첨단산업분야 인력양성 등을 위해 별도의 대학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대학운영구조 개편=대학 자율성 확보를 위한 장치들이 다수 도입될 전망이다. 일관된 대학운영을 위해 총장의 임기를 현행 4년 단임에서 6년으로 늘리고 재임도 허용한다.

또 새로 설치될 정책심의회의(외부인사 포함한 이사회 성격)와 교수의회(1백명 내외) 등을 통해 학내 의견을 수렴하고 외부의 간섭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2003년 도입 예정인 교수연봉제.계약임용제와 함께 재임용.승진요건을 실질적으로 강화,그간 '철밥통'으로 인식돼온 교수사회에도 대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서울대는 이를 위해 기존 연구실적 위주의 교수 업적평가를 연구.강의의 질 평가를 포함한 업무평가로 정교화할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교수들의 직급.보수를 차등화하고 조기(早期)승진.퇴임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 반응 및 전망=우선 학내조율 과정부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법대.경영대가 기존 학부.대학원을 유지하면서 전문대학원을 신설하는 방안은 그간 응용부문의 학부 폐지를 요구해 온 기초학문분야 교수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대 기초학문협의회 유평근(兪平根.불어불문학)회장은 "응용분야의 대학원 병행 운영이 현실화할 경우 기초학문의 고사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학부 폐지를 전제로 한 전문대학원 전환이 아니라면 그간의 광역화 모집 등 대학개혁 정책도 완전히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법학전문대학원도 현재 법조계.학계에서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사법시험제도 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설립이 어렵다. 총장선출제 변경과 학장의 임명제 전환 등도 논란거리.

서울대 교수협의회 신용하(愼鏞廈.사회학)회장은 "간선제를 표방한 1안이나 교수들에게 추천된 후보에 대한 신임 여부만 묻는 2안 모두 현행 직선제보다 교수들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며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와 함께 독립회계제도 도입,서울대법 추진 등 대학 자율화 방안은 교육부의 국립대 발전방안과도 일부 상충돼 현실화하기까진 마찰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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