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에 굴복한 검사는 강아지" 검찰간부 14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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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위를 남용해 부하들에게서 경멸을 받는 간부는 강아지로 불려도 할 말이 없다."

대검찰청 형사부장 김원치(金源治.58)검사장이 지난해 법무연수원에서 검사들을 상대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해 최근 모 법률정보사이트에 '검찰간부에게 꼭 필요한 14가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金검사장은 미국 시인 헨리 롱펠로의 시를 인용,"검찰 간부는 시간의 모래밭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존재"라며 후배 검사들이 좌절과 시련을 딛고 법과 원칙의 길을 가도록 인도하는 안내자 역할을 첫번째 덕목으로 꼽았다.

두번째 덕목은 공정한 인사와 평가. 金검사장은 '아래 사람이 순서를 뛰어넘어 승진하면 승진할 사람이 승진 못하게 된다'는 충무공의 말을 인용, "만약 부하를 능력 대신 출신지나 친분.청탁 때문에 발탁한다면 검찰이 아니라 패거리.깡패조직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金검사장은 일제시대 때 비리 공무원에 대한 구속수사를 승인했다가 나중에 외압에 굴복해 구속을 못하도록 했던 일본인 검사장이 부하들에게서 '이누고로(犬子.강아지)'로 불렸다는 이야기를 소개하며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부하들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경계하고 자기 자신을 점검(修己)하는 것도 간부의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金검사장이 제시한 나머지 11가지 덕목에는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높여줄 것▶명확한 상벌(賞罰)기준 확립▶항상 공인으로서의 의무를 생각할 것▶부하들을 신뢰하고 신뢰를 얻을 것▶유연한 판단력과 설득력을 기를 것▶책임은 지휘관의 몫임을 명심할 것 등이 포함돼 있다.

또 ▶부하들의 장점과 능력 발굴▶칭찬을 많이 하고 아첨을 경계할 것▶부하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공유할 것▶인간적 매력을 발휘할 것▶언론의 역할을 중시하되 끌려다니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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