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작년 챔프 썬더스 '모래알' 팀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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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최강팀으로 꼽히는 프로농구 지난 시즌 챔피언 삼성 썬더스가 내리 2패를 당했다.약체로 분류되는 삼보 엑써스·코리아텐더 푸르미에 당한 패배라 충격이 더 크다.

썬더스를 휘청거리게 만드는 것은 지난 시즌 SK 나이츠를 괴롭혔던 것과 같은 '챔피언 병'이다.이 병의 증상은 선수들이 상황을 '착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정상에 오를 때 가장 전력이 강하고 컨디션이 좋았던 순간의 감각만 기억하는 것이다.

선수들은 상대팀이 기를 펴지 못할 때나 가능했던 플레이를 평소에도 자주 시도하게 된다. 리바운드·스크린·수비가 장점이던 무스타파 호프의 골 욕심과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은 썬더스의 강점인 골밑의 힘을 약화시켰다.

지난해 상대팀 센터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헌신적인 플레이로 팀을 이끌었던 아티머스 맥클래리는 요령으로 대신하려는 인상을 준다. 자신의 기록은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팀에 힘을 실어줄 수는 없다.

여기에 주포 우지원의 부진이라는 '합병증'이 더해졌다. 지난 4일 엑써스전 3득점.

그러나 우선수의 부진은 사실 두 외국인 선수가 제몫을 못해 생긴 일이다. 상대 골밑을 압박해 수비 범위를 좁힌 다음 외곽포를 퍼붓는 썬더스 농구의 기조가 흔들린 것이다.

김동광 감독도 지난 시즌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들은 무조건 복종을 강요받기 싫다는 태도다. "알아서 한다"지만 결과가 나쁘니 벤치와의 관계가 불편해진다.

우지원은 자신과 맞트레이드된 문경은(SK 빅스)이 수비가 약하고 찬스를 자주 놓친다는 이유로 김감독의 눈 밖에 난 사실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슛보다 패스를 택하고 여차하면 수비로 전환하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감독이 외국인 선수들에게 지난 시즌처럼 안정된 플레이를 당부하고 우선수에게는 맘 턱 놓고 던지라는 주문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김감독은 그렇게 유연한 스타일이 아니다.

누구도 "말을 듣지 않으면 벤치로 부른다. 우지원이 부진하면 식스맨이 있다"는 김감독에게 반기를 들지 못한다.

문제는 호프·맥클래리가 빠진 썬더스는 생각할 수 없고, 지난 시즌 문경은을 대신했던 강혁(상무)처럼 우선수를 대신할 식스맨도 마땅찮은 점이다.

자가치료가 어렵다면 대안은 '희생양'을 찾는 일이다. 빨리 첫승을 올리면서 팀워크를 정비한다면 조직력이 살아나면서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다.승리는 선수들의 불만을 녹이고 플레이에 집중하게 해준다.이게 김감독이 원하는 길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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