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두 재일동포의 광주 예술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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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앤디 워홀의 '모택동'과 피카소의 판화 '여인' 등 수백억원 상당의 미술품 6백83점을 1993, 99년 두 차례에 걸쳐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재일동포 하정웅(河正雄.62.사이마다현)씨.

또 수제(手製) 바이올린의 명장(名匠)으로 정성들여 만든 바이올린 한 대를 최근 '광주호(光州號)'라는 이름을 붙여 이 미술관에 기증한 재일동포 진창현(陳昌鉉.72.나가노현)씨.

이들은 2일 오후 6시 광주시립미술관의 '청년작가 초대전'개막식에서 큰 박수를 받았다.

부모의 고향이 전남 영암이고 재일동포 2세대인 河씨는 이날 미술관의 명예관장에 위촉됐다.

재일(在日)한국인문화예술협회 고문이기도 한 河씨는 미술품 기증에 그치지 않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사주는 방식 등으로 국내 미술계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왔다. 부동산업자인 그는 광고 전단을 잘라 메모지로 쓸 만큼 검소하게 살며 미술품을 수집해 왔다.

河씨는 "광주시립미술관이 시설과 내용 모두 훌륭한 명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북 김천 출신인 陳씨는 일본에서 메이지(明治)대 영문과를 나와 바이올린 장인이 됐다. 그는 국제 바이올린.비올라 제작자 콩쿠르의 전체 여섯 종목 중 다섯 종목에서 금메달을 탔다. 미국 바이올린 제작자협회에서 '마스터 메이커'란 칭호를 받았다.

陳씨는 "역사의 시련을 과감하게 극복해 온 광주시민들의 뜻에 공감해 바이올린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그가 기증한 '광주호'는 젊고 유망한 바이올리니스에게 1년씩 무상 임대된다. 첫 수혜자가 된 광주시향 바이올리니스트 이현수(30)씨가 이날 개막식에서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을 연주했다.

광주=이해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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