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하트] '고양이를 부탁해' 2주만에 종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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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고양이가 쓰러져서는 안돼,고양이를 부탁해.”

가수 조영남씨는 요즘 ‘고양이를 부탁해 살리기 운동본부’의 위원장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내가 본 한국영화 중 최고작이다”라며 ‘죽어가는 영화를 소생’시키려는 그의 노력이 요즘 화제다.

죽어간다는 건 '고양이를 부탁해'를 건 극장들이 객석이 썰렁하자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개봉 1,2주만에 간판을 내려버려 극장에서 이 수작을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

지난 달 27일 직접 수소문해 제작사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어떻게든 재개봉을 추진하고 전국적인 관심을 한번 더 끌어내보자고 독려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에게는 전화를 걸어 부산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올라있는 '고양이…'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이미 신문과 잡지 등의 기고에서 '한국영화의 쿠데타'라는 말까지 써가며 '고양이…'선전에 한창이고, 자신이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압력(?)을 넣어 주연인 배두나와 정재은 감독과의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이런 노력 덕인지 영화의 배경이 된 인천 지역에선 문화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고사모'(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결성할 움직임과 함께 인천지역에서 재개봉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전에도 박사모(영화 '박하사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파사모('파이란'팬모임).번사모('번지점프를 하다'팬 모임) 등이 있었지만 이번 경우는 한 인기인이 자신의 지명도를 이용해 분위기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일부에서는 그의 '돈키호테식 밀어붙이기'를 의아하게 보기도 한다. 감독과 일면식도 없고 제작사가 어디인지도 몰랐던 그가 한국 영화 한 편에 이토록 매료돼 팔을 걷어부치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그는 "문화가 이 시대의 총아라고 하는데 제대로 만든 영화를 그냥 넘겨서야 되겠는가. 이런 영화는 지금까지 없었다.

'박하사탕' '공동경비구역 JSA'도 좋은 영화였지만 있는 사건을 부풀려 극적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냈지만 '고양이'는 있는 그대로를 선명하게 담아낸 예술적 가치가 대단한 영화"라고 말한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지금까지 약 3만명의 관객을 만났다. 향후 '고양이'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행여 영화가 그냥 잊혀진다 하더라도 영화를 사랑한 한 인기인의 열정은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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