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교양도서, 교도소선 아직 금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자유로부터의 도피』(에리히 프롬), 『민중과 지식인』(한완상) 등 국내외 명저(名著)로 평가받는 책들이 사법당국에 의해 '이적표현물'로 분류돼 교도소 내 반입 및 구독이 금지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인권운동사랑방이 지난해 법무부를 상대로 법원 판례상 이적표현물로 분류된 책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소송에서 승소, 법무부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이적표현물로 분류된 도서나 유인물은 모두 1천2백20종.

반입금지 도서 중에는 한양대 이영희 교수의 『전환시대의 논리』(1994년 판결),중국혁명을 기록한 에드거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85년)과 그의 부인 님 웨일스가 쓴 『아리랑』(86년),고(故) 전태일씨의 평전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90년)도 포함됐다.

이 책들의 교도소 내 반입이 금지되는 것은 법무부 훈령의 수형자 열람도서 관리규정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 상태에서 이들 서적을 이적표현물이라고 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아무 책이나 반입할 수 없도록 한 교도소의 규정도 현실"이라며 "재판을 통하지 않는 한 구제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김승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