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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살기 좋은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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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일본도 워킹맘들이 아이 키우기가 수월한 나라는 결코 아니다. 유럽 선진국에 비하면 직장의 육아휴직이 대중적이지도 않을뿐더러 남편의 육아참여도 낮은 편이다. 최근엔 장기불황으로 주부들의 취업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일본에서도 전국적으로 보육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육원에 아이를 맡기지 못한 입소 대기자가 수도권에만 4000여 명에 달한다고 난리다. 그래도 주위를 보면 직장여성들은 대부분 자녀가 신생아 때부터 동네에 있는 공공보육기관에 맡기고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학교 근처에 마련된 아동관을 이용할 수 있다. 부모 부담은 간식비 정도. 아이들은 저녁시간 부모가 퇴근하기까지 이곳에서 친구들과 숙제도 하고 간식도 먹는다.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부모의 경제적 부담이다. 한국은 공공 보육시설이 전체의 5% 정도지만 일본은 반대다. 사설 보육시설은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부와 지자체가 아이를 맡아 기르고 있는 셈이다. 마땅한 보육시설을 찾지 못해 친정엄마에게 맡기거나 수입의 상당 부분을 사설 보육사에게 지불하면서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고민거리인 셈이다. 최근 한 단체가 전 세계 160개국의 ‘어머니가 살기 좋은 나라’를 조사한 결과 일본은 32위, 한국은 48위에 올랐다고 한다. 어느 쪽도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닐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여성들이 사회적 제약 없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사회가 경쟁력 있는 나라라는 점이다. 어머니가 살기 좋은 나라, 그게 바로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척도다.

박소영 도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