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상권 해치지 않는 상생형 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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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유통업=목 좋은 자리’.

롯데슈퍼 소진세(60·사진) 대표는 이런 등식을 뛰어넘으려 노력하는 경영자다. 롯데슈퍼는 롯데그룹의 기업형 수퍼마켓(SSM) 사업을 담당하는 회사다. 소 대표는 새 점포를 낼 때 가급적 기존 상권을 피하고 있다. 대신 활기를 잃고 생존이 어려워진 동네 수퍼 자리나 신도시, 재개발 지역 등에 출점한다. 그는 “기존 상권을 해치지 않는 상생형 출점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경쟁사에는 흔한 사업 조정 대상 점포가 현재 이 회사엔 한 곳도 없다. 지난해 아홉 곳의 점포가 조정 대상이 됐으나 인근 상인과 협의를 통해 모두 출점하는 데 성공했다.

소 대표는 “새 점포 한 곳을 내기 위해 인근 상인들을 50차례 넘게 만날 때도 있었다”며 “영업시간 제한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인근 상인들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롯데슈퍼 중 일부 점포는 주변 상인과의 약속에 따라 담배와 쓰레기봉투 등을 팔지 않는다.

나눔 참여 문의=한국사회복지협의회(02-2077-3958)

이 회사는 기존 상인과의 출혈적 경쟁 대신 상품 구색의 합리화를 통해 수익구조를 강화했다. 매일 장을 보는 손님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신선식품을 강화하고 안 팔리는 상품 종류는 과감히 줄였다. 2006년 초 5만여 종이던 상품 수는 이제 2만여 종에 불과하다. 딸기 같은 농수산품은 점포 인근 지역 생산자에게서 매일 아침 사들여 당일 파는 ‘FAST MD’ 제도를 도입했다. 인터넷 판매도 강화했다. ‘현장에서 영업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소신을 가진 그는 지금도 매일 매장 서너 곳을 직접 찾는다. 이 때문에 그의 자동차 운행거리는 매년 4만㎞를 훌쩍 넘긴다.

이런 노력 덕에 롯데슈퍼는 지난해 1조1000억원의 매출과 27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점포 수도 지난해 80곳이나 늘어 현재 190개다. 올해 점포 수를 27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소 대표는 “일부 지역 상인들은 우리 점포가 들어오면서 유동인구가 늘었다고 고마워하기도 한다”며 “이런 게 경영자의 보람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최근 그룹에선 그를 새로 인수한 편의점 업체인 바이더웨이의 대표에 임명했다. 롯데슈퍼와 세븐일레븐에 이은 세 번째 대표 직함이다. 롯데슈퍼는 자체상품(PB) 중 고객이 자주 찾는 라면과 계란 등 6개 품목의 판매액 중 일부를 행복나눔N캠페인에 기부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각 점포 인근 복지시설과 자매결연을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소 대표는 “동네 손님을 대상으로 하는 수퍼업에서 일하다 보니 이웃의 소중함에도 일찌감치 눈을 떴다”며 “중앙일보의 행복나눔N캠페인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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