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대전' 미국의 고민] 최악 타이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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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군과 영국군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4주째를 맞았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다 악재가 겹쳐 미국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거의 매일 계속된 폭격과 특공대를 동원한 지상전에도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탈레반 세력과 테러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런 가운데 이슬람권은 물론 우방인 서유럽에서도 반전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잦은 오폭으로 민간인의 희생이 늘고 있고 심지어 유엔 시설에도 피해를 끼쳐 세계 여론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게다가 이슬람권에서 신성시되는 라마단(금식월)이 11월 16일 시작되고, 때를 같이 해 아프가니스탄은 혹한의 겨울철로 접어들어 전쟁수행이 힘들어지게 된다.

라마단과 추위 등도 미국이 펼치는 '불굴의 자유'작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 '라마단 공습 논란'=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다음달 16일부터 한달간 계속되는 라마단(이슬람 금식월)기간에도 공습을 계속하겠다"고 지난주 말했다.

그러나 LA타임스는 29일 미국 정부가 라마단 기간 중 대규모 공습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도 이날 BBC 방송에 출연,"라마단 중 공격중단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나 영 외무부 관계자들은 "라마단 기간 중 공격을 강행하면 반테러동맹에 가담한 이슬람 국가들이 이탈한다"고 주장한다.

◇ 강추위=옛 소련 당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휘한 러시아 퇴역장성들에 따르면 11월 중순부터 본격화하는 아프가니스탄의 겨울에 산악지방의 온도는 영하40도까지, 평지도 영하20도까지 떨어진다.

눈도 2~3m씩 쌓여 폭격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미 지상군의 전투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때문에 탈레반군과 북부동맹은 매년 겨울에는 어쩔 수 없이 '상호 휴전'에 들어갔으며 다음해 4월부터 전투를 재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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