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봉쇄' 사정 있나… 기업인 방북도 잇따라 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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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8일 열릴 예정이었던 제6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개최 장소를 둘러싼 남북한의 치열한 신경전 끝에 무산된 가운데 북한이 평양 개최를 한사코 기피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평양 방문이 예정된 일부 기업 관계자들의 방북도 연기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평양에 혹시 '말 못할 무슨 사정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마저 돌고 있다.

인터넷 관련 사업을 추진해온 H사는 30일 평양에 들어가기로 북측과 합의가 돼 방문단 6명의 비행기표까지 구입했다가 지난 25일 북측으로부터 일방적인 연기 통보를 받았다.

이 업체는 북측으로부터 "방북에 따른 행사를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는 짤막한 연기 사유를 들었을 뿐이었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한 인사는 "평양은 현재 외부인의 출입을 봉쇄하고 있으며 대북 지원 사업의 일부 관계자만 입북을 허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단체인 한국이웃사랑회가 지난 19~24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가 지난 23일 평양을 방문하는 정도였다.

이 인사는 "북한이 세대 교체 작업에 따른 대대적인 인사 이동을 진행 중이라 이 일이 어느 정도 매듭지어질 때까지 당분간 평양 방문은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인사 이동은 대남사업뿐 아니라 당.정 각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실무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40대가 부상하고 있다는 정보가 많다는 것.

또 다른 정보 소식통은 '군부 이상설'을 제기한다. 이 소식통은 "이산가족 상봉 연기 발표(12일)가 있기 이틀 전에 군에서 모종의 집단행동이 있었고, 이때부터 평양이 봉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집단행동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계기로 남한과 비슷한 수준의 경계태세를 취한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평양의 움직임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가 여러 채널로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 뭐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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