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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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호 02면

“애들이 뭘 선물하던가요.”
“무슨 티셔츠를 하나 사왔더라고요.”
“아이고, 기특하네. 얼마나
좋으셨을까.”
“네, 뭐, 그냥. 사실 작년에 어버이날 선물을 사왔을 때 뭐라 그랬거든요.”
“뭐라고요?”
“어디서 이상한 싸구려 티셔츠를 사왔기에 그랬죠. ‘고맙다. 근데 엄마는 이런 거 안 입는다’라고요.”
“에? 그래도 그런 말을 하면 애가 상처받지 않을까요?”
“하나를 사도 좋은 걸 사줘야 입고 다니죠. 안 입는 걸 사오면 결국 쓸데없는 데 돈 쓰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 그래도 성의가 중요하잖아요.”
“물론 성의가 가상하죠. 하지만 선물을 할 때 그게 다른 사람에게 진짜 유용할 것인지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그래도 열심히 엄마 생각하면서 골랐을 텐데. 학생이 돈도 없을 테고.”
“그럼 용돈을 더 아껴야죠. 그리고 이왕이면 좋은 데 가서 고르라는 거죠. 비싼 걸 사려면 아무래도 요모조모 따져야 할 테니. 그래야 옷을 보는 안목도 생길 거고.”
“비싸다고 꼭 좋은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비싸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좋은 건 비싸죠. 그러니까 좋은 걸 싸게 사는 방법이 중요한 거죠. 애들도 그런 것을 배워야 해요.”
“….”

EDITOR’S LETTER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바야흐로 선물 시즌입니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전해들은 얘기를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하나도 틀린 말은 아닌데, 왠지 기분이 찜찜했습니다. 마음 씀씀이와 소비 교육, 기왕이면 다홍치마일까요? 그냥 종이 카네이션 하나와 자장면 한 그릇에 서로 감격하던 시대는 확실히 가버린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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