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학생들 본받을까 겁난다 … 교육감 후보들 단일화 불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6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 강당.

6·2 지방선거에 나설 보수진영의 서울시교육감 단일후보로 이원희 전 한국 교총 회장이 선출됐다. 예비후보 네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여론조사와 선출인단 투표를 거쳤다. “보수 후보가 난립하면 결국 전교조 성향의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 보수진영이 3월부터 단일화 작업에 나선 결실이었다.

하지만 단일후보 결정 뒤 단상에는 이 후보만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 그를 축하해 주는 다른 예비후보들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김호성 후보는 결과 발표 전에 항의 표시로 행사장을 떠나버렸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불공정하게 진행된 단일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참여 후보들도 출마 여부를 저울질 중이라고 한다.

보수진영의 후보 단일화는 지난달 26일 후보 7명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했다. 당시 후보들은 “단일화 과정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조건 없이 수용한다”는 내용의 단일화 협약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경복 후보가 6일 오전 “경선 방식이 중간에 바뀌어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이탈했다. 앞서 권영준·이상진 후보도 “선출인단이 사전 공개돼 부정선거가 우려된다”며 참여를 포기했다. 이들은 교육감 선거에 각기 출마한다는 입장이다. 후보 단일화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보수진영 후보는 여전히 7~8명이나 된다.

진보진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14일 진보진영은 4명의 후보를 놓고 단일화 투표를 진행했다. 그런데 행사장에는 돌연 ‘이삼열 후보가 기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박명기 후보도 “경선 방식이 비민주적”이라며 이탈했다. 진보 진영 후보들도 “경선에 승복하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했지만 휴지 조각이 돼버린 셈이다. 교육청의 한 직원은 “동네 이장 선거도 이렇진 않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본받을 게 하나도 없는 교육감 선거”라며 혀를 찼다.

교육감은 유치원부터 초·중·고까지 교육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당선 여부를 떠나 그들이 교육감 선거에 임하는 태도 하나하나가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교육감 후보들은 스스로 한 단일화 약속을 저버렸다. 이들의 행태가 가뜩이나 선거에 무관심한 유권자들의 염증만 더 키우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민상 사회 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