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고 조직적인 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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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내 4개 고교 수험생의 '휴대전화 수능 작전'은 치밀하고 조직적이었다. 작전에 참가한 '선수' 40여명은 중상위권에서 선발됐다. 이들은 언어.수리 영역 등 각자 자신있는 과목을 맡았다.

이모군 등 주동 학생들은 선수들이 보내는 답을 받는 후배 '도우미' 40여명을 광주시 용봉동 모 고시원 등 2곳에 대기시켰다. 선수와 '도우미'는 휴대전화로 1대1로 연결됐다. 선수들은 휴대전화를 팔뚝이나 허벅지에 부착한 채 시험장에 들어갔다.

선수들은 먼저 시험장 밖에 있는 도우미에게 전화를 걸어 열어 놓고 시험지가 홀수형일 경우 손가락으로 휴대전화 자판기를 한번, 짝수형이면 두번 '툭툭'(무전기 모스방식) 쳐 고시원에서 대기하고 있는 도우미에게 알려줬다. 문제를 다 푼 선수들은 시험지 유형을 알려줬던 방법으로 1번부터 답의 숫자만큼 휴대전화 자판기를 때려 알렸다.

답을 받는 도우미는 보내온 답을 조합해 가장 많은 '답'을 정답으로 결정하고 문자메시지로 주동자 7명과 선수 등 50명에게 보냈다.

외국어 영역 1번 문제의 경우 선수 40명 중 10명이 답 2번, 22명이 답 3번, 8명이 답 4번을 보내왔을 경우 도우미들은 정답을 3번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도우미들이 실수를 하지 않도록 주동자들은 선배인 대학생 5~6명을 동원, 감독하게 했다. 선수들은 답을 주고받기 위해 송.수신용으로 휴대전화 2대를 시험장에 갖고 갔다.

이군 등 주동자들은 이 같은 부정행위 수법을 수능시험 전에 고시원 등지에서 2~3차례 예행 연습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주동자들은 수능 2, 3일 전에 도우미들을 고시원 등지에 합숙시키는 등 범행을 조직적으로 모의했다.

이군 등은 모의 과정에서 지금까지 선배들이 해 오던 방식, 즉 문자메시지로 답을 주고받는 것은 시간상 어려움이 많아 선수가 도우미에게 답을 보낼 때 휴대전화를 손가락으로 때리는 방법을 동원하기로 했다. 주동자들은 휴대전화 구입비와 밥값 등 경비로 참가자에게서 1500여만원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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