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연발총 무장한 초현대판 암행어사 애니 '신암행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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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앞에 '신(新)'자가 붙은 물건은 대개 기존의 것에서 포장이 달라졌거나 기능이 좀 추가된 정도인데 이건 예상을 뒤엎는 변신이다. 26일 한국.일본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신암행어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작품의 파격성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등급이 매겨졌다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주요 관객이 보통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이 작품은 사실상 성인용이다. 가죽 끈으로 핵심 부위만 가린 여인이 등장하고 피나는 싸움 장면이 계속된다.

배경은 패망한 나라 '쥬신'. '조선'과 발음이 비슷하지만 과거와 미래가 혼합된 상상의 나라다. 주인공의 이름은 어사 박문수를 연상시키는 '문수'. 다연발총 등 중화기로 무장한 그는 "구원은 우연"이라고 말하는 냉혈한이다. 암행어사의 부하 '상도' 역시 나는 총알을 칼로 자를 정도의 괴력을 지닌 '산도'라는 여전사로 탈바꿈했다.

원작은 한국과 일본에서 약 200만부가 팔린 동명의 만화(윤인환.양경일 공저). 쇼가쿠칸(小學館)과 TV도쿄 등 여러 일본 업체가 이번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으며, 감독도 일본인이 맡았다.

머리띠를 두른 암행어사와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산도'는 기성세대에는 낯설고 어색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일본 만화와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신세대가 받아들이기에는 무난할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신암행어사'는 세상의 변화를 가늠케 하는 실험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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