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발효 한약' 들어보셨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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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탕제.환제.산제(가루약).고제(연고)…. 한약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약의 형태들이다.

이러한 전래 한약에 새로운 제형이 추가됐다. 이른바 발효 한약. 한약재에 유산균과 같은 미생물을 배양해 얻은 부산물이다. 장점은 다양하다.

첫째는 가열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약성이 파괴되거나 이물질이 형성되지 않는다. 둘째는 약 성분의 체내 흡수력이 높아진다. 미생물이 분자구조를 잘게 부숴놓아 소화기관뿐 아니라 피부에서도 빠르게 흡수된다. 셋째, 약물의 독성이나 중금속 부작용 우려가 없다. 잔류농약이나 중금속이 있을 때 미생물이 먹어치워 분해시켜 버린다. 넷째, 약이 쓰지 않아 먹기 좋다는 것도 이점이다.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이혜정 교수는 "한약이 쓰고 냄새가 강해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발효 한약의 등장으로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한약 개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약효는 어떨까. 동의병리생리학회지 11호에 발표된 논문을 보자. 이혜정 교수.김혁 한의원장(대한발효의학회 회장) 등은 발효 한약을 당뇨병에 걸린 쥐에 투여했다. 사삼(더덕).천마.오가피.천화분 등 10여종의 약재를 효모와 유산균으로 발효 처리해 혈당강하제(양약) 투여 쥐와 비교했다. 21일 동안의 실험결과 발효 한약을 투여한 당뇨 쥐의 혈당 강하 효과가 양약보다 뛰어났고, 몸무게와 콩팥.간의 건강상태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혁 원장은 "사삼의 경우 이눌린이라고 하는 천연 인슐린이 많이 들어 있지만 끓일 때 많이 파괴된다"며 "약재를 발효함으로써 약효 보존뿐 아니라 약리작용이 활성화하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발효 한약에 쓰이는 미생물은 다양하다. 한약재에 따라 배양이 잘 되는 균과 안 되는 균이 있기 때문. 효모와 유산균.곰팡이 균 등이 많이 쓰인다. 약재와 균을 혼합해 한 달 정도 묵혔다가 원심분리기로 추출한다. 따라서 한약의 색깔이 물처럼 투명하다.

올 1월 창립된 발효의학회는 다양한 약재 개발과 함께 회원에게 당뇨 한약과 바르는 전립선비대증.비만.대머리치료제 등을 보급해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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