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전쟁… 대구 섬유업계 '직격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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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예년 같으면 요즘이 라마단(이슬람교의 금식기간) 특수에 맞춰 선적하기 위해 한창 바쁠 때지만 올해는 기미도 없습니다.”

대구의 메이저 직물업체인 A사의 한 임원은 “테러전쟁이 시작되고는 중동지역 바이어들의 신규 주문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미국테러 이후 수출이 20% 이상 줄어든 지역 섬유업계가 이달 들어 시작된 테러전쟁으로 한층더 타격을 받고 있다.

지역 섬유업계의 중동지역 수출물량은 지난해의 경우 전체 33억5천만달러 중 13.5%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대구의 중동지역 수출비중은 우리나라 전체 중동 수출비중(4.4%)보다 크게 높은 9.9% 수준이어서 그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러나 지역 섬유업계는 실제 이 지역으로 수출되는 섬유물량이 이보다 2배 이상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대표적인 중개무역 도시인 두바이 등을 거쳐 러시아 ·아프리카 등지로 팔려나가는 물량이 이에 못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직물 ·섬유제품 등 2천7백만달러가 팔려나간 아프가니스탄 시장은 지난달부터 완전히 닫혀버린 상태다.

지역 섬유업계 관계자들은 “라마단 특수가 지나면 곧바로 이 지역 물량의 절반이 소화되는 새해 특수가 시작되지만 올해는 이마저 캄캄하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 등으로 전쟁이 확대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 두바이 등의 도매상들이 신규 주문을 전혀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의 주문물량에 대해서도 ▶전쟁으로 인한 수출입 통관 지연▶운송 및 보험 비용 증가▶수출대금 회수 지연 등으로 추가비용 부담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지역 섬유업계는 테러사태 이전에도 중국 등 후발국에 밀려 올들어 2개 직물업체가 도산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대구경북견직물조합의 한 관계자는 “폴리에스테르 등 지역 업계의 주종 생산품을 소화해온 중동시장 침체는 특히 그 영향이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관련업계는 각종 대출자금의 상환기한을 연장하고 무역금융 금리를 5% 이하로 인하하는 등의 실질적인 지원책을 시급히 시행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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