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 ~ 다롄 마이바흐 타고 3시간 이동 “5성 호텔 투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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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입경은 3일 오전 5시15분(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2일 밤 12시를 전후해 특별열차가 압록강 철교를 통과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김 위원장은 3일 동이 틀 무렵 도강(渡江)을 결행했다. 방중설이 노출된 상황에서 북측이 김 위원장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예전과 달리 김 위원장 일행은 선행·후행 열차 없이 17량짜리 열차 하나로만 방문단을 꾸렸다.

◆철통 보안에도 동선 노출=중국 측은 김 위원장 방중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경비를 강화했다. 특별열차가 도착하기 전부터 단둥(丹東)에는 1급 경비체제가 가동돼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특별열차가 단둥으로 진입하기 직전인 3일 오전 4시부터 압록강 철교와 단둥역 주변엔 200여 명의 군경이 곳곳에 배치됐다. 철로변에는 경찰들이 잠복근무했다. 철교 부근 압록강에는 중국의 경비함 6대가 순찰을 돌았다. 이 같은 삼엄한 경계는 특별열차가 단둥을 빠져나간 오전 6시30분쯤 해제됐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중국 측이 보안을 강화했지만 김 위원장의 과거 방중 때와 달리 동선이 초기부터 노출된 것이 이번 방문의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벤츠 마이바흐 모델의 한 종류

◆특급호텔 총통방에 투숙=중국 소식통은 “김 위원장 일행은 단둥역에 내려 승용차 편으로 다롄(大連)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단둥~다롄 구간에는 철도가 없어 안산(鞍山)으로 돌아가면 8시간가량이 걸려 승용차 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브랜드인 마이바흐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바흐는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손꼽히는 부자들이 타는 초호화 승용차다. 김 위원장 일행은 마이바흐 1대, 검은색 승용차 10여 대, 소형 버스 12대, 군 경호차량 등 40여 대에 분승하고 있다고 다롄의 목격자는 전했다.

단둥을 떠난 지 약 3시간이 지난 뒤 김 위원장 일행은 다롄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다롄 소식통은 “오전 9시40분쯤 김 위원장 일행이 5성급 호텔인 푸리화(福麗華)대주점에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호텔직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3일 밤에는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 S호텔 관계자는 “고위 인사가 투숙해 대외비 활동이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일행은 푸리화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총통방)에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호텔 직원에 따르면 이 방은 약 400㎡로 하룻밤 방값은 240만원이다. 침실에는 유럽식 최고급 침대와 52인치 필립스 초대형 LCD TV가 설치돼 있다.

약 60㎡의 욕실에는 개인용 사우나 시설, 전동 비데가 장착된 좌변기, 대형 욕조와 샤워 시설 등이 갖춰졌다. 약 140㎡의 접견실에서는 10여 명이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접대용 소파와 탁자, 데스크톱 컴퓨터 등이 구비돼 있다.

외신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주요 뉴스로 타전했다. 특히 일본 언론들은 단둥과 다롄에 기자를 파견해 취재 경쟁을 벌였다. 니혼TV는 이날 오전 특별열차를 촬영한 화면을 방영하며 “열차의 겉모습이 2006년 1월 방중 때와 똑같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낮 12시쯤 단둥 여행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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