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옛 재단 복귀 싸고 또 분규 소용돌이 휘말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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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상지대가 구 재단 복귀 문제로 분규에 휩싸였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가 구 재단 측 인사를 대거 정이사로 선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분위는 지난달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이사 9명 가운데 5명을 구 재단 측 인사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이사는 학내 인사 2명, 교육과학기술부 추천 인사 2명으로 채워진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김문기 전 이사장에게 학교 운영권이 넘어가게 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상지대교수협의회·총학생회·직원노동조합·총동문회로 구성된 비상대책위는 사분위 해체를 주장하고 교육과학기술부에 재심을 요구하기로 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상지대는 1993년 김 전 이사장이 입시부정 등의 혐의로 구속돼 물러나면서 임시이사 체제로 학교를 운영해오다 2004년 김 전 이사장에 반대하는 정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그러나 김 전 이사장이 반발해 소송을 냈고, 2007년 대법원은 ‘임시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상지대는 3일 오후 유재천 총장 주재로 전체교수회의를 열었다. 교수들은 “사분위의 결정은 교육 비리를 세탁해주고, 교육 현장을 파괴하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비리재단 학교 운영 복귀 반대 및 투쟁 ▶사분위 결정 철회 ▶사분위 위원 사퇴 등을 내용으로 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교수협의회도 전체교수회의에 이어 비상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비상대책위원회 박병섭 위원장은 “교육 비리 전과자를 합법적으로 복귀시킨다면 교육 비리 척결을 강조한 대통령의 의지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비단 상지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학의 문제인 만큼 사분위 결정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단과대학별로 7개의 천막을 설치하고 일부 농성을 시작했던 총학생회는 3일 오전 확대운영위원회를 열어 전면 수업 거부를 결의했다. 이어 학과별로 비상총회를 열어 구체적인 수업 거부 및 농성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교수와 교직원·총학생회 등 학교 구성원은 4일 오후 1시30분 본관 앞 마당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원주 지역 21개 시민단체와 민주당 원주당원협의회 등 6개 정당은 3일 상지대 정문 앞에서 사분위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상지대가 과거의 오명을 씻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 재단에 상지대를 넘긴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온당치 못한 처사”라며 “상지대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지 않으면 결코 이를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구 재단의 입장을 지지하는 동창회 길향철 회장은 “아직 사분위의 공식 발표가 없으며 따라서 논평을 하기는 이르다”며 “학교가 비상사태가 아닌 만큼 학생들은 수업 거부 등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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