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 재미있게 하는 방법 없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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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초등 생뿐 아니라 중등, 고등학생 중 상당수가 하루의 대부분을 영어 학습에 투자하면서도 영어를 즐기지 못하고 입시를 위해 마지못해 해야 하는 짐으로 생각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법과 문장구조를 이해시키는 주입식 영어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언제 부터인가 회화 중심의 영어 교육이 인기를 끌었지만 이 역시 뭔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다.

영어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영어에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자기 주도적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는 Toss English(이하 토스잉글리쉬)를 찾아 어린 학생들의 새로운 영어학습법을 들여다봤다.

시끄럽고 요란한 수업교실

토스잉글리쉬 어학원 수업시간은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한 학생이 영화의 한 장면을 재연해 보이자 모두가 큰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다. [조영회 기자]

천안시 쌍용동과 두정동에 있는 토스잉글리쉬 어학원을 찾은 것은 28일. 양쪽 어학원 모두 학원 문을 열자마자 느끼는 특별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우선 여느 학원의 경우 교실이 무척 조용하거나 아님 앵무새처럼 교사의 선창을 따라 하는 수업장면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토스잉글리쉬 어학원 수업 장면은 그렇지 않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어려울 만큼 학생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심지어 서로 장난을 치며 웃고 떠든다. 쉬는 시간인가 싶어 물어봤지만 수업시간이었다.

토스잉글리쉬 어학원은 영어 단어 문장구조, 문법 등을 따로 가르치지 않는다. 처음 학원에 들어오면 우선 영화를 보여준다.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영화와 책(소설 또는 비소설)을 읽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무조건 따라 한다. 알아듣지 못하는 영화를 보고 대충 무슨 상황인지지만 추축하고 한 문장 한 문장 그대로 흉내(Mimicking) 내는 것이 수업의 전부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엄마 아빠, 또는 형과 누나의 말과 행동을 보고 옹알이를 하는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는 수업 방식이다.

미국에 와있는 상황 만들어

토스잉글리쉬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디선가 들어 본 단어를 외우게 되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은 생전 처음 듣는 단어를 외워야 하기 때문에 단어암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당연한 말이다.

토스는 그래서 일단 상황과 장면을 반복해서 보게 하고 이후 모르는 단어를 인식하게 한 뒤 문장구조와 분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하는 학습방법을 유지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영어를 영어로 받아들이게 하는 훈련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학습방식이 학교성적이나 입시에도 도움을 줄까? 문법위주의 공부를 하는 아이들에 비해 성적이 처지지는 않을까? 일부 학부모들의 걱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3년 차에 접어든 심화과정 학생들은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고 자기주장을 하는 자유토론 시간을 무리 없이 소화할 만큼 완벽한 영어를 구사한다. 또한 다양한 영화나 책을 보고 영어를 익힌 학생들은 교과서 밖에서 출제된 문제에 당황하지 않는다. 토스잉글리쉬 관계자는 문법위주의 공부를 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문법 실력이 가장 낮은 수준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영자신문 만드는 아이들

3년 전부터 토스잉글리쉬에 아이를 보낸 한 학부모는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이미 몇 군데 학원을 옮겨 다닌 경험이 있는 이 학부모는 “공부를 하는 건지 노는 건지 구분도 안 되고 저렇게 영화만 보고 있으면 영어실력이 늘까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이 학부모는 “걱정은 했지만 아이가 학원가는 것을 즐거워해 그냥 둬 봤다”고 한다. 이 학부모는 1년 6개월 정도가 지난 뒤 자녀의 영어실력이 상상 이상으로 향상된 사실을 알고 놀랐다.

이 학부모는 “수업이 끝나면 무거운 어깨를 뒤로 하고 마지 못해 영어 학원을 가는 아이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마치 친구들과 영화 보러 가는 아이처럼 학원 가는 것을 즐거워한다. 게다가 문자위주의 영어공부를 하지 않은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영자신문을 만드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도움말=김교주(토스잉글리쉬 쌍용점 원장),

송호현(토스잉글리쉬 쌍용점 부원장), 최동연(토스잉글리쉬 두정점 원장)


이수빈·조은서 학생이 말하는 나만의 재미있는 영어 배우기

토스잉글리쉬 학습법을 3년째 따라가고 있는 조은서(천안 용암초 3년) 학생에게 영어 공부가 재미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예”라고 대답했다. 그리곤 “가끔 이해 안 가는 것도 있지만…”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럴 땐 어떻게 하느냐고. 그랬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모르는 게 있으면요?... 블라블라(Blabla) 넘어가요”했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이해 안가는 곳이 있으면 대충 대충 넘어 간다니. 그리곤 그동안 학원에서 본 영화 제목을 줄줄이 꿰었다.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영화 장면을 영어로 설명했다. 마치 영화의 주인공인 된 것처럼 말이다.

함께 학원을 다니고 있는 이수빈(천안 쌍정초 3년) 학생은 지난해 학원에서 열린 콘테스트에서 3위를 했다. 영화의 한 장면을 선택해 10분 이상 가장 실감나게 재현해 내는 아이에게 상을 주는 대회다.

그 역시 학원 수업이 즐겁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보다 영어를 잘 한다는 말을 들을 땐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영어공부에 대한 부담 같은 것은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이들에게 영어는 못하면 혼나고 스트레스 받는 대상이 아니라 ‘블라블라’ 넘어 가고 되고 언젠간 알게 될,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될 놀이 중 하나인 것처럼 느껴졌다.

 장찬우 기자


토스잉글리쉬 김교주 원장
무역업 하다 어학원 원장으로 변신

토스잉글리쉬 쌍용점 김교주 원장(37·사진)은 무역업을 하던 젊은 사업가였다. ‘잘 나가던’ 그가 2006년 갑자기 사업을 그만두고 어학원 원장이 된 이유가 뭘까? 그는 성문종합영어를 보며 영어공부를 하던 세대다. 그런 그에게 초등학교 3학년 조카가 수능문제를 푸는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그 길로 그는 천안에 토스잉글리쉬 어학원을 차렸다.

Q 영어를 전공했나.

아니다. 영어를 전공했다면 어학원 할 생각은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 대학 졸업 후 서울에 살면서 무역업을 했다. 초등학교 3년 조카가 수능 문제를 척척 푸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어학원을 차렸다. 조카는 당시 토스잉글리쉬 학습법에 따라 영어 공부를 했다. 토스잉글리쉬 어학원 원장의 60% 정도가 토스에 아이를 보낸 경험이 있는 학부모들이다.

QQ 토스잉글리쉬 학습법의 가장 큰 장점은.

영어는 언어다. 상황에 따라 수만 가지 패턴이 나올 수 있다. 입시가 강조되는 우리나라 영어교육 현실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지만 영어는 문제가 아니라 영어 그 자체로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체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토스잉글리쉬 학습법의 장점이다.


Q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한국어능력시험 문제를 봐도 80% 이상이 관용적인 표현에 대한 이해를 묻는 것이다. 우리가 입시를 위해 즐겨보는 문법책을 보면 정작 미국에서는 쓰지 않는 표현들이 수두룩하다. 미국 영화를 보고 쓰고 하다 보면 문법이나 문장구조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Q 입시 성적도 향상된다고 자신할 수 있나.

최근 영어 시험의 경향을 보면 교과서 밖에서 지문이 30~40% 정도 나온다. 2014년 입시부터는 듣기평가가 배점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발표도 나왔다. 입학사정관제도 활성화될수록 영어 면접능력은 중요한 평가기준이 될 것이다. 학부모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Q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보낼 영어 학원을 선택할 때 기준이 ‘엄친아가 어느 학원을 다니나’인 것 같다. 영화만 보여주는 학원에 아이를 맡긴 학부모 중 일부는 불안해한다. 아이는 잘 적응하고 즐거워하는 데도 말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주도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 강압이나 주입식 교육은 한계가 있다. 스스로 공부를 즐길 수 있도록 아이들만의 공간을 마련해주었으면 좋겠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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