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스테이크 사장 안규호씨 “부담 없는 레스토랑 만들고 싶었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천안시 신부동 터미널 맞은편 먹자골목에 가면 ‘페리스테이크’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이름처럼(‘페리’는 페르시아 신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궁전) 실내 장식이 마치 동화 속 궁전에 온 것 같아 한번쯤 찾아 본 손님이라면 인상이 남는 가게다. 여기에 하나 더. 이 집 주인이다. 나이 26살 꽃 미남(?) 사장 안규호(사진)씨. “부모 잘 만나 어린 나이에 레스토랑 사장이 됐구나?” 할지 모르겠지만 사연을 들어 보면 전혀 아니다. 젊지만 속 깊은 그만의 인생철학과 경영방침을 들어봤다.

Q 부잣집 외아들 아닌가.

어린 나이에 레스토랑을 경영하다 보니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 전혀 아니다. 고등학교 1학년을 3개월 정도 다니다 자퇴했다. 어느 날 갑자기 학교가 다니기 싫어졌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부모님께 말했더니 반대가 엄청 심하셨다.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가출했다. 이후 요즘 말로 ‘개 고생’을 했다. 안 해 본 일이 없다.

Q 가출해 아르바이트 해 번 돈으로 레스토랑을 차렸다는 건가.

아니다. 배달 일부터 식당 주방 일까지 안 해 본 일이 없지만 그땐 쓰느라 바빴다. 군대 다녀와서 약간 모아놓은 돈이 있었지만 마땅히 할 일도 없어 막막했다. 그러다 우연히 망한 당구장을 권리금 한 푼 안주고 빚을 내 인수했다. 잘 됐다. 돈도 많이 벌었다.

Q 망한 당구장 인수해 돈을 번 방법이 뭔가.

변두리 당구장이었지만 고객 서비스에 최선을 다했다. 샌드위치 같은 간식도 아낌없이 제공하고 젊은 아르바이트 여종업원을 고용해 칙칙한 당구장 분위기도 화사하게 바꿨다. 대신 다른 당구장 보다 조금 더 받았다. 그래도 손님들이 몰려왔다. 당구도 못 치는 젊은 사장이 ‘형’이라고 부르면서 손님들과 편하게 어울린 것도 한 몫 한 것 같다.

Q 당구장해 번 돈으로 레스토랑을 하게 된 건가.

아니다. 7개월 만에 당구장을 팔고 모 금융기관에 들어갔다. 대출알선 같은 것을 주로 하는 영업직이었다. 솔직히 사채 일을 해볼까 해서… 이왕 할 거면 제대로 알고 하자는 생각에 취직했다. 열심히 했다. 그리고 3개월 만에 충남에서 실적 1위를 차지했다. 신입사원이 수습기간에 1등을 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 그 뒤로 사채 일은 좀 시시하게 느껴져 레스토랑을 하게 됐다.

Q 잘되나.

생각만큼은 아니다. 당초 레스토랑 음식 값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고 종업원 서비스도 너무 형식이지 않게 편안하게 하라고 주문했다. 신부동 먹자골목이 아무래도 젊은 층이 많이 찾는 곳이니만큼 인테리어도 중간에 컨셉트를 바꾸는 등 투자가 계속됐다. 앞으로는 장사가 잘될 것으로 기대 한다.

Q 앞으로 계획은.

돈 버는 것도 좋지만 한 달에 한번 보육시설 아이들을 초청해 식사를 제공하는 행사도 확대해 보고 싶다. 5월 가정에 달에는 온 가족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저렴한 메뉴를 개발해 제공할 예정이다. 프러포즈 할 장소를 찾는 젊은 커플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가게를 통째로 빌려주는 행사도 해볼 예정이다. 먼 미래에는 자장면 짬뽕 안 파는 중식당도 해보고 싶다. 재미있게 일하다 보면 돈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 장찬우 기자
사진= 조영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