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지 마세요 시원하게 처리해 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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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청 종합민원실 내 상담실에서 상담관이 시민의 어려운 사정을 들어주고 있다. [천안시 제공]

#1. 박호연(가명)씨는 2년 전 친구에게 800만원을 빌려줬다. 금방 갚겠다고 하던 친구는 이 핑계 저 핑계 대가며 돈 갚는 날짜를 미루기만 했다. 돈 때문에 친구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심하게 독촉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넉넉치 않은 살림이기에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받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기만 했다. 변호사나 법무사 사무실을 가자니 이 마저도 돈이 없어 포기해야 했다.

그러던 차에 신문에서 봤던 생활법률무료상담소가 생각났다.

천안시청을 찾았다. 우선 돈을 빌려줬다는 증거(영수증, 차용증, 계좌이체 등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급여 등에 대한 가압류의 범위는 채무자가 직장에서 받는 급료와 상여금(제세공과금을 뺀 잔액)의 2분의 1씩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전체 금액을 받지 못하고 퇴직한 때에는 퇴직금 중 제세공과금을 뺀 잔액의 2분의 1씩 청구금액에 이를 때까지의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2. 식당을 운영하는 김인호(가명)씨는 요즘 한 숨이 절로 나온다. 손님은 없고 밀려드는 청구서뿐이다.

인건비 감당이 안돼 아이들은 뒷전으로 한 채 부인과 둘이 식당에 나온다. 자신의 용돈은 물론 아이들의 학원비도 못 낼 형편이다. 부모님께 상속받은 아파트가 생각났다. 하지만 이 조차도 6명의 형제가 함께 받았기에 쉽게 처분도 못한다. 고민하던 중 천안시 무료법률상담소를 찾았다.

우선 공동상속인과 협의하여 위 부동산을 매도한 다음 매매대금을 나누거나, 지분을 다른 공동상속인들에게 매도하는 방법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했다.

부동산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할 수는 없지만, 채권자가 김씨를 채무자로 해 부동산 지분에 대한 경매를 신청할 수는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자신의 처지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속은 후련했다.


천안시가 운영하고 있는 ‘생활법률 무료상담소’가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법률 지식이 부족하거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변호사 사무실 등에 의뢰를 못하는 이들이 주요 고객이다.

천안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까지 생활법률상담소를 찾은 이들은 96명. 한달에 일주일만 운영하니 일평균 5건 정도를 상담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상담 39건, 가사 28건, 소송 16건, 세무 8건, 형사 5건 등이다.

또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상담도 같은 기간 59건에 이른다. 온라인에서는 가사 상담이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동산 16건, 소송 15건, 세무·형사 각각 2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부동산, 소송 각 15건, 가사 12건, 세무·형사 각 8건 등 58건이었다. 전년에 비해 65%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부동산과 가사 분야의 상담이 크게 증가했다.

시 관계자는 “방문상담이 어려운 시민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천안시 자치법규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이버 무료상담실’ 코너를 신설, 고문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답변을 올리고 있다”며 “또 대한법률구조공단, 노동부, 국세청 등의 사이버상담코너와 링크, 연속된 상담 지원이 가능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생활법률 무료상담소는 매월 둘째 주 월~금요일, 오후 2~5시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월요일 세무 분야(국세·지방세) ▶화요일 형사 분야 ▶수요일 부동산 분야 ▶목요일 일반사건 분야 ▶금요일 소송 분야로 나눠 변호사 등 전문가가 무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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